무로마치 막부

무로마치 막부 (室町幕府, 1336년 ~ 1573년)는 일본의 가마쿠라 막부 이후 성립된 두 번째 막부이다. 아시카가 다카우지가 고다이고 천황에 반기를 들고 교토에 세운 막부로, 그의 후손들이 약 230여 년간 일본을 통치했다. 막부의 이름은 아시카가 씨의 본거지였던 무로마치 (오늘날의 교토시)에서 유래했다.

역사

1336년, 아시카가 다카우지는 고다이고 천황의 겐무 신정(建武新政)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켜 교토를 점령하고 새로운 정권을 세웠다. 다카우지는 고묘 천황을 옹립하고 쇼군에 취임하여 무로마치 막부를 공식적으로 개창했다. 초기 막부는 남북조 시대 (1336년 ~ 1392년)를 거치며 남조와의 끊임없는 전쟁에 시달렸으나, 3대 쇼군 아시카가 요시미쓰 때 남북조가 통일되면서 정치적 안정을 찾았다.

요시미쓰는 막부의 권력을 강화하고 명나라와의 무역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문화적 번영을 이끌었다. 이 시기를 기타야마 문화 (北山文化)라고 부르며, 금각사 (金閣寺) 건설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요시미쓰 사후 막부의 권력은 점차 약화되기 시작했고, 쇼군 가문의 후계자 다툼과 지방 호족들의 세력 확장이 심화되면서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특히 8대 쇼군 아시카가 요시마사의 시대에는 오닌의 난 (応仁の乱, 1467년 ~ 1477년)이 발발하여 교토는 폐허가 되었고, 전국 시대 (戦国時代)의 서막을 알렸다.

오닌의 난 이후 막부의 권위는 완전히 실추되었고, 각지의 슈고 다이묘들은 센고쿠 다이묘로 변모하여 독립적인 세력을 구축했다. 막부는 명목상으로만 존속했을 뿐, 실제적인 통치력은 상실했다. 1573년, 오다 노부나가가 마지막 쇼군 아시카가 요시아키를 교토에서 추방하면서 무로마치 막부는 공식적으로 멸망했다.

정치

무로마치 막부의 정치 체제는 가마쿠라 막부와 유사한 쇼군 중심의 봉건 제도였다. 쇼군은 막부의 최고 권력자로서 군사, 행정, 사법권을 장악했다. 쇼군을 보좌하는 직책으로는 간레이 (管領)가 있었으며, 주로 시바 씨, 하타케야마 씨, 호소카와 씨 등 유력 슈고 다이묘 가문에서 맡았다.

막부의 주요 기관으로는 만도코로 (政所), 사무라이도코로 (侍所), 몬추조 (問注所) 등이 있었으며, 각각 재정, 군사, 사법을 담당했다. 지방 통치는 슈고 다이묘에게 맡겨졌으며, 이들은 자신의 영지에서 독자적인 권력을 행사했다.

문화

무로마치 시대는 기타야마 문화와 히가시야마 문화 (東山文化)로 대표되는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켰다. 기타야마 문화는 아시카가 요시미쓰의 후원으로 번성했으며, 귀족적인 분위기와 선불교적 요소가 강했다. 금각사가 대표적인 건축물이며, 노 (能)와 렌가 (連歌) 등의 예능도 발달했다.

히가시야마 문화는 아시카가 요시마사의 후원으로 발전했으며, 와비사비 (侘寂) 정신에 기반한 간소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은각사 (銀閣寺)가 대표적인 건축물이며, 다도 (茶道), 화도 (華道), 정원 예술 등이 발달했다.

멸망 이후

무로마치 막부의 멸망은 일본 역사에서 큰 전환점이 되었다. 막부의 붕괴는 전국 시대의 혼란을 가속화시켰으며,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거쳐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의해 에도 막부가 성립되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