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데하 전차
베르데하 전차(Verdeja Tank)는 1930년대 후반부터 1940년대 초반 스페인에서 개발된 일련의 국산 전차 설계 및 시제품입니다. 스페인 육군 포병 대위였던 펠릭스 베르데하 바르달레스(Félix Verdeja Bardales)가 설계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스페인 내전 이후 자체적인 전차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외국산 전차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시도였습니다.
개발 배경 스페인 내전(1936-1939) 기간 동안 스페인군은 다양한 외국산 전차(소련의 T-26, 독일의 Panzer I, 이탈리아의 CV-33 등)를 운용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스페인 육군은 자국의 지형과 조건에 적합하며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유지 보수할 수 있는 전차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펠릭스 베르데하 대위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1938년부터 독자적인 전차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설계 및 특징 베르데하 전차는 당시 다른 국가의 전차들과 비교했을 때 몇 가지 특징을 가집니다. 낮은 차체는 피탄 면적을 줄여 생존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또한, 용접 구조를 채택했는데, 이는 당시 스페인의 산업 수준에서 발전된 기술이었습니다. 현가 장치와 포탑 디자인 등에서 여러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파생형 개발 과정에서 여러 차례 개량된 설계가 제시되었으며, 주로 두 가지 주요 시제품이 제작되었습니다.
- 베르데하 1 (Verdeja 1): 1938년에 설계되어 1939년에 시제품이 완성되었습니다. 낮은 차체와 판 스프링(leaf spring) 현가 장치를 사용했으며, 45mm 주포를 장착했습니다.
- 베르데하 2 (Verdeja 2): 베르데하 1의 개선형으로, 포탑 위치를 중앙으로 옮기고 차체를 일부 높여 내부 공간을 개선했습니다. 특히 현대적인 비틀림 막대(torsion bar) 현가 장치를 채택하여 기동성을 향상시켰습니다. 1942년에 시제품이 완성되었으며, 75mm 주포 장착을 목표로 했습니다.
- 베르데하 3 (Verdeja 3): 75mm 주포를 장착한 최종 개량형으로 계획되었으나, 시제품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 자주포/돌격포: 베르데하 차체를 활용한 75mm 자주포 설계도 존재했습니다.
운명 베르데하 1과 2 시제품은 시험 평가에서 당시 스페인이 운용 중이거나 도입 고려 중이던 다른 전차들에 비해 우수한 성능을 보였습니다. 특히 베르데하 2는 기동성, 안정성, 화력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스페인의 열악한 경제 상황, 제2차 세계대전의 종료로 인한 전략적 우선순위 변화, 그리고 독일 등 해외에서의 전차 도입 선호 등의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베르데하 전차의 대량 생산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결국 프로젝트는 중단되었습니다.
현재 베르데하 1과 베르데하 2 시제품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엘 골로소(El Goloso)에 위치한 스페인 육군 기갑부대 박물관(Museo de Medios Acorazados)에 보존되어 있습니다.
의의 베르데하 전차 프로젝트는 비록 실전 배치되지는 못했지만, 당시 스페인이 자체적으로 현대적인 전차를 설계하고 생산하려 했던 중요한 시도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당시 스페인의 산업 및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상당한 기술적 진보를 보여준 프로젝트로 평가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