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쿠 덴노
고교쿠 덴노(皇極天皇, 재위: 642년 ~ 645년)는 일본 제35대 천황이며, 이후 사이메이 덴노(斉明天皇, 재위: 655년 ~ 661년)로 다시 즉위하여 제37대 천황이 되었다. 휘(諱)는 타카라 황녀(宝皇女)이다. 비다츠 덴노의 손자 격인 짓푸 친왕(茅渟王)의 딸로, 조메이 덴노의 황후였다. 일본 역사상 매우 드문 두 차례에 걸쳐 즉위한 여성 천황 중 한 명이다.
첫 번째 재위 기간인 고교쿠 덴노 시기에는 당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소가 씨(蘇我氏), 특히 소가노 에미시(蘇我蝦夷)와 그의 아들 소가노 이루카(蘇我入鹿)의 영향력이 지배적이었다. 645년, 나카노 오에 황자(中大兄皇子, 후의 덴지 덴노) 등이 소가노 이루카를 황궁에서 암살하는 을사의 변(乙巳の変)이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 고교쿠 덴노는 동생인 가루 황자(輕皇子, 후의 고토쿠 덴노)에게 양위하였다.
고토쿠 덴노의 재위 기간(645년 ~ 654년) 동안 다이카 개신(大化改新)을 통해 중앙 집권 체제를 강화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으나, 황자였던 나카노 오에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졌다. 고토쿠 덴노가 사망한 후, 나카노 오에는 즉시 즉위하지 않고 잠시 정치적 공백이 있었으며, 655년에 그의 어머니인 타카라 황녀가 다시 천황으로 즉위하였다. 이때부터 사이메이 덴노(斉明天皇)라 불렸다.
사이메이 덴노 시기에는 다이카 개신의 성과를 이어받는 동시에, 백제 멸망 이후 한반도 문제에 깊이 관여하게 되었다. 신라와 당(唐) 연합군에 의해 멸망한 백제를 돕기 위한 군사 원정을 계획하였으며, 이를 위해 규슈(九州)로 향하던 중 661년에 그곳에서 사망하였다. 그녀의 사망 이후 일본은 백제 부흥군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원정군을 파견하였으나, 백강 전투(白江村の戦い)에서 패배하였다.
고교쿠/사이메이 덴노는 소가 씨의 권력 남용을 끝내고 새로운 정치 체제(율령 체제)의 기초를 마련하는 격변기에 재위하였으며, 한반도 국가들과의 외교 및 군사적 관계가 급변하는 시대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사적 인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