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달마대비바사론
아비달마대비바사론 (阿毘達磨大毘婆沙論, Abhidharma-mahāvibhāṣā-śāstra)은 불교의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 Sarvāstivāda)의 아비달마 논서(論書)로, ‘대비바사론’이라고 약칭하기도 한다. 현장(玄奘)이 한역(漢譯)한 200권의 방대한 분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설일체유부의 핵심 교의를 집대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개요
대비바사론은 기원후 2세기경, 카니슈카 왕의 후원 아래 500명의 아라한(阿羅漢)이 결집하여 편찬한 것으로 전해진다. 설일체유부의 주요 논서인 《발지론(發智論)》을 중심으로, 그 내용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논쟁을 담고 있다. 특히 ‘아비달마(阿毘達磨)’의 심오한 내용을 광범위하게 해석하고, 다양한 학설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설일체유부의 교학 체계를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내용
대비바사론은 크게 여덟 개의 장(蘊, skandha)으로 구성되어 있다.
- 세간품(世間品): 세계와 중생의 기원, 윤회 등을 다룬다.
- 업품(業品): 업(業, karma)의 종류와 결과를 설명한다.
- 수면품(隨眠品): 번뇌(煩惱, klesha)의 종류와 작용을 분석한다.
- 지품(智品): 지혜(智慧, prajñā)의 종류와 수행 방법을 제시한다.
- 온품(蘊品): 오온(五蘊, pañca-skandha)의 의미와 상호 관계를 밝힌다.
- 계품(界品): 십팔계(十八界, aṣṭādaśa-dhātu)의 작용과 분류를 설명한다.
- 처품(處品): 십이처(十二處, dvādaśa-āyatana)의 의미와 수행적 가치를 논한다.
- 근품(根品): 이십이근(二十二根, dvāviṃśati-indriya)의 기능과 역할을 설명한다.
각 장은 다시 세부적인 주제로 나뉘어, 설일체유부의 핵심 교의인 ‘삼세실유(三世實有)’(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법은 실재한다)와 ‘법체항존(法體恆存)’(법의 본질은 항상 존재한다)을 옹호하고 있다. 또한, 마음(心, citta)과 마음 작용(心所, caitta)의 분석, 윤회(輪廻, saṃsāra)의 원리, 수행(修行, pratipatti)의 단계 등 다양한 불교적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영향
대비바사론은 설일체유부의 교학 체계를 확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후 불교 사상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불교에서 유식사상(唯識思想, Vijñānavāda)과 함께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었다. 현대에도 불교 학자들은 대비바사론을 통해 초기 불교와 설일체유부의 사상을 연구하고 있으며, 불교의 다양한 해석과 논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