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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학살

바나나 학살(스페인어: Matanza de las bananeras, 영어: Banana Massacre)은 1928년 12월 6일 콜롬비아 마그달레나 주 시에나가(Ciénaga)에서 발생한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United Fruit Company, UFCO) 소속 바나나 농장 노동자들에 대한 콜롬비아 정부군의 발포 사건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라틴 아메리카에서 외국 기업의 영향력과 정부의 노동 탄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배경

1928년,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이후 치키타 브랜즈 인터내셔널)는 콜롬비아 카리브 해 연안 지역에서 광대한 바나나 농장을 운영하며 막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열악한 노동 환경, 낮은 임금, 부당한 대우 등을 강요했다. 이에 노동자들은 노동 조건 개선, 정당한 임금 지급, 보험 혜택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파업을 시작했다.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는 콜롬비아 정부에 파업을 진압하도록 강하게 압력을 가했다. 회사는 파업 노동자들을 "공산주의자들"로 몰아세우며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로 규정했고, 미국 정부 역시 콜롬비아 정부에 군사적 개입을 촉구했다는 의혹이 있다. 당시 콜롬비아 대통령 미겔 아바디아 메데스(Miguel Abadía Méndez) 정부는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군대를 파견하여 진압 작전을 펼쳤다.

사건

1928년 12월 6일, 파업 중이던 수천 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평화적인 시위를 위해 시에나가 기차역 광장에 모여 있었다. 정부군은 시위대에 해산을 명령했고, 군중이 이에 따르지 않자 무차별적으로 발포를 시작했다. 정확한 발포 지속 시간이나 양상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현장에서 사망하거나 부상당했다.

희생자 수와 논란

바나나 학살의 정확한 희생자 수는 현재까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사건 직후 콜롬비아 정부는 공식적으로 사망자 수가 9명에 불과하다고 발표하며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 그러나 파업 노동자들과 목격자들의 증언, 그리고 이후의 조사에서는 실제 사망자 수가 훨씬 많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의 노동자가 학살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다.

콜롬비아의 저명한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그의 대표작 《백년의 고독》에서 이 사건을 극적으로 묘사하며 "3천 명의 노동자가 학살당했다"고 서술했다. 이 수치는 문학적 허구일 수 있으나, 정부 발표와는 상반되는 대규모 희생자 수를 제시하며 이 사건의 비극성과 진실 은폐 의혹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영향과 평가

바나나 학살 사건은 콜롬비아와 라틴 아메리카 역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 사건은 강력한 외세 기업이 자국 정부와 결탁하여 자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여겨진다. 또한, 노동 운동에 대한 정부의 극단적인 탄압을 상징하며, 이후 콜롬비아의 정치적 불안정과 사회 갈등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 사건은 라틴 아메리카 문학 작품에서도 자주 다루어지며, 특히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을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