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 키요히메
아베노 키요히메(安倍 清姫)는 일본 설화에 등장하는 여성으로, 도죠지(道成寺) 전설의 주인공이다. 열정적인 사랑에 눈이 멀어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자 분노하여 뱀으로 변신, 연모하던 승려 안친(安珍)을 태워 죽였다고 전해진다.
생애와 전설
키요히메는 무로마치 시대에 쓰여진 《도죠지 연기(道成寺縁起)》를 비롯한 여러 문헌과 구전 설화에 등장한다. 이야기에 따르면, 키요히메는 기이국(紀伊国, 현재의 와카야마현)의 한 호족의 딸로, 구마노 순례길을 지나던 젊은 승려 안친을 환대했다. 안친은 키요히메의 미모에 반해 하룻밤을 묵어가게 되었고, 두 사람은 서로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안친은 수행 중인 승려였기에 키요히메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 다음 해에 다시 찾아오겠다는 거짓 약속을 남기고 떠난다. 키요히메는 안친을 기다렸으나,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안친이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키요히메는 분노와 절망에 휩싸여 안친을 쫓기 시작한다.
키요히메는 맹렬한 기세로 안친을 추격했고, 마침내 히다카 강(日高川)까지 따라잡았다. 강을 건너기 위해 뱃사공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분노한 키요히메는 강의 여울을 헤엄쳐 건너 안친을 쫓았다. 이때부터 키요히메의 모습은 뱀의 형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안친은 도망쳐 도죠지(道成寺)에 도착, 승려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승려들은 안친을 종 안에 숨겨 보호하려 했지만, 뱀으로 변한 키요히메는 도죠지를 찾아내 종을 불태워 안친을 죽였다. 이후 키요히메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해진다.
후대의 영향
키요히메 이야기는 가부키, 노, 인형극 등 다양한 형태로 각색되어 일본 전통 예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가부키 작품인 《도죠지(道成寺)》는 유명하며, 키요히메의 강렬한 사랑과 분노를 표현한 내용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키요히메는 질투와 집착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