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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기

개항기 (開港期)는 역사학에서 한 국가가 외부에 문호를 개방하는 시기를 일컫는 용어이다. 특히 한국사에서 개항기는 조선 시대 말기에 해당하는 시기로, 1876년 일본과의 강화도 조약(조일수호조규) 체결로 시작되어 1910년 일제에 의한 한일 병합까지 약 34년간의 시기를 일반적으로 이른다. 이 시기는 조선이 수백 년간 유지해 온 쇄국 정책을 벗어나 국제 사회와 교류하기 시작하면서 근대 문물을 받아들이고 사회 전반에 걸쳐 급격한 변화와 혼란을 겪은 격동의 시기이다.

개항기는 강화도 조약 이후 부산, 원산, 인천 등 주요 항구가 개방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조선은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독일, 러시아, 프랑스 등 서양 각국과도 조약을 맺고 수교하게 되면서 국제 관계가 복잡해졌다. 외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내부적으로는 봉건 체제가 흔들리고 근대화와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임오군란(1882), 갑신정변(1884), 동학농민운동(1894)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갈등과 변혁 시도가 이어졌다.

이 시기에는 근대적인 교육, 의료, 통신, 교통 등의 문물이 도입되고 새로운 사상이 유입되면서 사회, 문화적인 변화도 활발하게 일어났다. 갑오개혁(1894)과 을미개혁(1895)을 통해 봉건적인 제도가 폐지되고 근대적인 개혁이 추진되었으며, 1897년에는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자주 독립 국가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개항기는 동시에 제국주의 열강들의 침탈이 심화된 시기이기도 하다. 청일 전쟁(1894-1895)과 러일 전쟁(1904-1905)을 거치면서 일본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커졌으며, 1905년 을사늑약을 통해 외교권을 빼앗기고, 결국 1910년 한일 병합으로 국권을 상실하며 개항기는 막을 내렸다.

따라서 개항기는 조선이 근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 했으나, 동시에 외부 세력의 침탈에 맞서 국권을 지키려 했던 고난과 시련의 이중적인 성격을 지닌 역사적 시기이다. 이 시기의 경험은 이후 한국의 근현대사와 독립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