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칠

주칠(朱漆)은 전통 칠공예에서 사용되는 옻칠(ottchil) 기법 중 하나로, 붉은색 안료인 주사(朱砂)를 옻칠과 섞어 칠하는 것을 말한다. 또는 그렇게 칠해진 붉은색 옻칠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주칠의 붉은색은 주로 황화수은(HgS)으로 이루어진 붉은색 광물 안료인 주사(cinnabar)를 곱게 갈아 옻(옻나무 수액)과 혼합하여 만든다. 이 외에도 붉은색을 내는 다른 천연 안료가 사용될 수도 있다. 주칠은 밝고 선명한 붉은색 또는 주홍색을 띠며, 여러 차례 덧칠하고 연마하여 깊고 아름다운 광택을 낸다.

예로부터 붉은색은 악귀를 물리치고 길복(吉祥福)을 기원하는 색으로 여겨졌으며, 주칠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벽사(辟邪)와 행운의 의미를 담았다. 또한, 왕실이나 고위층의 가구, 기물 등에 사용되어 권위와 위엄을 상징하기도 했다.

주칠은 목가구(예: 장롱, 궤), 함(상자), 식기, 건축 부재(예: 단청), 불교 미술품 등 다양한 전통 공예품과 건축물에 사용된다. 옻칠 자체의 뛰어난 방수, 방습, 방충, 내구성 특성에 붉은색의 상징성이 더해져 중요한 기물을 만드는데 주로 활용되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오랜 역사 동안 발전해 온 전통 칠기 기법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