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프리드 서순
시그프리드 서순(영어: Siegfried Sassoon, 1886년 9월 8일 ~ 1967년 9월 1일)은 영국의 시인이자 작가로, 특히 제1차 세계 대전에서의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강렬한 반전 시로 유명하다.
유대인 아버지와 앵글로-가톨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역사를 공부했으나 학위는 받지 못했다. 젊은 시절에는 전원적인 분위기의 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자원 입대하여 서부 전선에서 복무했다. 그는 용맹하게 싸워 무공 훈장을 받기도 했으나, 전쟁의 비참함과 무의미함, 그리고 전우들의 죽음을 직접 목격하며 깊은 충격과 환멸을 느꼈다. 이러한 경험은 그의 문학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917년, 그는 전쟁의 지속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성명("Soldier's Declaration")을 발표하며 큰 논란을 일으켰다. 군 당국은 그를 징계하는 대신 '셸 쇼크'(Shell Shock) 환자로 분류하여 스코틀랜드의 크레이그록하트(Craiglockhart) 군인 정신병원에 수용했다. 이곳에서 그는 또 다른 유명한 전우 시인인 윌프레드 오언(Wilfred Owen)을 만났고, 서로에게 문학적으로 큰 영향을 주고받았다.
그의 시는 전쟁의 참호 생활, 부상자, 죽음 등 실제적인 고통과 현실을 감상적이지 않고 생생하며 직설적으로 묘사한다. 그는 종종 신랄한 풍자와 비꼬는 어조를 사용하여 전쟁을 주도한 정치인과 장군들의 위선과 무능함을 비판했다. 대표작으로는 「참호들」(The Trenches), 「위대한 푸시」(The Great Push), 「자살한 보병」(Suicide in the Trenches) 등이 있다.
전쟁 이후에도 작가 활동을 계속하며 시, 소설, 자서전 등을 남겼다. 특히 그의 자서전 3부작인 『여우 사냥꾼의 회상』(Memoirs of a Fox-Hunting Man), 『보병 장교의 회상』(Memoirs of an Infantry Officer), 『셰르스턴의 위대한 모험』(Sherston's Progress)은 그의 삶과 전쟁 경험을 담은 중요한 문학적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말년에는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시그프리드 서순은 제1차 세계 대전의 참혹한 현실을 고발하고 전쟁의 비인간성을 비판한 가장 중요한 '전우 시인'(War Poets) 중 한 명으로 꼽히며, 20세기 영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