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청규
백장청규는 중국 당나라 시대의 선승인 백장 회해(百丈懷海, 720-814) 선사가 제정했다고 전해지는 불교 선종의 승원 규범이다. 기존의 인도 율장과는 달리 중국 선종의 특성에 맞게 제정된 최초의 독립적인 승원 규칙으로, 선종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배경
중국에 불교가 전래된 후, 승려들은 주로 인도에서 전래된 율장에 따라 생활했다. 그러나 인도 율장은 인도의 사회, 문화적 환경에 맞춰져 있었고, 특히 선종은 정적인 좌선 수행뿐만 아니라 생산적 노동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기존 율장만으로는 중국 선종 승원의 독특한 수행 방식과 대중 생활을 규율하기에 부족함이 있었다. 백장 회해 선사는 이러한 필요성을 느끼고 백장산에 머물면서 선종의 대중 생활과 수행에 적합한 새로운 규범을 제정했다고 알려져 있다.
주요 내용 및 특징
백장청규의 핵심은 '생산적 노동'과 '공동체 생활'을 통한 자급자족에 있었다. 가장 유명한 구절은 "一日不作,一日不食"(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로 대표된다.
- 노동과 수행의 통합: 노동을 단순한 생계 유지가 아닌 수행의 중요한 일환으로 간주하여, 일상생활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선종의 정신을 구현했다.
- 자급자족: 농업, 채집, 수공업 등을 통해 승원이 스스로 생활을 영위하도록 하여 외부의 공양에만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운영 방식을 확립했다.
- 대중생활 규율: 승려들의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규칙들을 상세하게 정했다. 여기에는 출가자와 재가자의 역할 구분, 일상생활의 규율(식사, 취침, 청소, 용변 등), 사찰 내 직책과 운영 방식, 의사 결정 방식 등이 포함되었다.
- 인도 율장과의 차별성: 기존 율장의 정신은 계승하되, 중국 선종 특유의 실천과 정신, 그리고 중국의 사회 문화적 배경을 반영하여 현실적인 승원 운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역사적 전승
원본 백장청규는 아쉽게도 현존하지 않는다. 오늘날 '백장청규'라고 불리며 전해지는 문헌은 주로 원나라 순제 때인 1335년에 칙명으로 재편집된 《칙수백장청규(敕修百丈清規)》이다. 비록 후대에 편찬된 것이지만, 백장 회해 선사의 정신과 그 시대 선종 승원의 운영 방식을 상당 부분 계승하고 반영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영향
백장청규는 이후 중국 선종이 독자적인 종파로서 확립되고 발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승원의 자립적 운영과 노동을 통한 수행 방식은 선종의 대중화와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다른 종파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한국, 일본, 베트남 등 동아시아 각국에 전래된 선종(불교)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찰에서 승려들의 생활 규범의 근간이 되고 있다.
참고 자료
- 불교학대사전
- 동아시아 불교사 관련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