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병기창

민주주의의 병기창(Arsenal of Democracy)은 제2차 세계 대전 중 미국이 연합국에 군수 물자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자처하며 사용한 슬로건이다. 1940년 12월 29일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국가 안보를 위한 무기"에서 처음 사용된 표현으로, 당시 중립국이었던 미국이 민주주의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군수 생산 기지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 슬로건은 미국이 직접 참전하지 않고도 나치 독일과 맞서는 영국 등 연합국을 지원하는 명분을 제공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국을 "민주주의의 병기창"으로 규정함으로써 미국의 군수 산업을 활성화하고, 랜드리스법(Lend-Lease Act)을 통해 연합국에 대한 군사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을 정당화했다. 랜드리스법은 현금 즉시 지불 원칙을 고수하던 미국이 전쟁 물자를 대여 또는 임대하는 방식으로 연합국을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이는 미국이 제2차 세계 대전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민주주의의 병기창"은 단순한 슬로건을 넘어, 미국이 전쟁 기간 동안 전 세계 민주주의 진영에 제공한 막대한 군수 지원을 상징하는 용어가 되었다. 미국의 산업력과 생산 능력은 연합국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 슬로건은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는 데에도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