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프레비시
라울 프레비시(Raúl Prebisch, 1901년 4월 17일 ~ 1985년 4월 29일)는 아르헨티나의 경제학자이자 통계학자로, 라틴 아메리카 경제 개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개발 경제학 분야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특히 종속 이론과 중심-주변부 모델의 발전에 기여했다.
프레비시는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의 설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후 초대 총재를 역임했다. 그는 라틴 아메리카 경제 위원회(ECLA) 사무총장을 맡으면서,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이 세계 경제 체제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음을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입 대체 산업화(ISI) 전략을 주창했다.
프레비시의 핵심 주장은 세계 경제 체제가 중심부(선진국)와 주변부(개발도상국)로 나뉘어져 있으며, 중심부는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고, 주변부는 1차 상품(농산물, 광물 등)을 생산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1차 상품의 가격 변동성이 크고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이 있어, 주변부 국가들이 경제 발전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분석했다. 이를 "프레비시-싱어 명제"라고도 한다.
프레비시는 또한 무역 조건의 악화가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보았다. 그는 개발도상국들이 수입 대체 산업화를 통해 자체적으로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레비시의 이론은 라틴 아메리카뿐만 아니라 다른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사상은 종속 이론, 신마르크스주의 경제학, 세계체제론 등 다양한 학문적 흐름에 영향을 주었으며, 오늘날까지도 개발 경제학 분야에서 중요한 논쟁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그는 UNCTAD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 사무총장을 역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