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항

누항은 누추(陋醜)한 거리나 골목을 뜻하며, 가난하고 허름한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한자로는 陋巷(누항)으로 쓰이며, 陋(누)는 '더럽다, 누추하다', 巷(항)은 '거리, 골목'을 의미한다.

주로 옛 문학 작품이나 역사적 맥락에서 사용되는 단어로, 가난하거나 소외된 사람들이 사는 공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어려운 생활 환경이나 소박한 삶을 함축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조선 시대 가사 문학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박인로(朴仁老, 1561~1642)의 《누항사》(陋巷詞)에서 제목으로 사용되어 널리 알려졌다. 이 작품에서 누항은 임진왜란 이후 작가인 박인로가 고향에서 겪는 가난하고 힘든 삶의 공간이자,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추구하는 선비의 모습이 대비되는 배경으로 그려진다. 따라서 누항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당시 사대부의 어려운 현실과 정신적 자세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현대 한국어에서는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단어는 아니며, 주로 고전 문학이나 역사 관련 맥락에서 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