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악파
나폴리 악파는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까지 이탈리아 나폴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독자적인 음악 스타일을 발전시킨 작곡가 및 음악가 그룹을 총칭하는 용어이다. 특히 오페라, 그 중에서도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의 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성악 중심의 화려하고 기교적인 음악 양식을 확립하여 유럽 전역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개요
나폴리 악파는 베네치아 악파, 로마 악파 등과 더불어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이탈리아의 주요 음악 유파 중 하나이다. 나폴리에는 당시 여러 음악 학교(conservatories), 즉 고아원이나 병원 등과 결부된 음악 교육 기관이 발달해 있었는데, 이곳에서 체계적인 음악 교육이 이루어지면서 수많은 작곡가와 성악가, 연주자들이 배출되었다. 이러한 학교 시스템은 나폴리 악파의 독자적인 스타일 형성 및 전파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주요 학교로는 산타 마리아 디 로레토(Santa Maria di Loreto), 피에타 데이 투르키니(Pietà dei Turichini), 포르타 카푸아나(Porta Capuana), 푸오리 그로타(Fuori Grotta) 등이 있었다.
음악적 특징
나폴리 악파의 음악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 성악 중심: 성악 기교의 발달과 표현력 극대화에 중점을 두었다. 특히 가수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화려한 아리아(aria), 특히 다 카포 아리아(da capo aria) 형식이 발달했다. 레치타티보(recitative)는 반주가 단순한 세코 레치타티보(recitativo secco)와 관현악 반주가 붙는 아콤파냐토 레치타티보(recitativo accompagnato)로 분리되어 사용되었다.
- 오페라 세리아의 발전: 영웅적이고 비극적인 고대 신화나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한 오페라 세리아의 형식과 구성을 표준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는 아리아와 레치타티보의 명확한 구분, 3막 구성 등으로 나타난다.
- 유려한 선율: 이탈리아 특유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을 강조했다.
- 오케스트라의 역할: 초기에는 성악의 반주 역할에 머물렀으나, 점차 서곡(sinfonia) 등에서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교향곡의 발달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 단순화된 화성: 북독일 악파 등에 비해 화성적인 복잡성보다는 선율의 명확성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주요 작곡가
나폴리 악파를 대표하는 작곡가로는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Alessandro Scarlatti, 1660-1725)가 초기 및 절정기의 주요 인물로 꼽힌다. 그의 아들인 도메니코 스카를라티(Domenico Scarlatti, 1685-1757)는 주로 건반 음악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이 외에도 레오나르도 레오(Leonardo Leo, 1694-1744), 레오나르도 빈치(Leonardo Vinci, 1690-1730), 조반니 바티스타 페르골레시(Giovanni Battista Pergolesi, 1710-1736), 니콜라 욤멜리(Niccolò Jommelli, 1714-1774), 토마소 트라에타(Tommaso Traetta, 1727-1779), 도메니코 치마로사(Domenico Cimarosa, 1749-1801) 등 수많은 작곡가들이 나폴리 악파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영향 및 의의
나폴리 악파는 오페라 세리아의 황금기를 이끌었으며, 이들이 확립한 형식과 스타일은 헨델, 모차르트 등 후대 작곡가들의 오페라 작곡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또한, 이들의 교육 시스템은 유럽 전역의 음악 교육 기관 모델 형성에 기여하기도 했다. 나폴리 악파는 바로크 음악의 종말과 고전주의 음악의 시작을 잇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