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정치

고려의 정치는 신라 말기의 혼란을 수습하고 건국된 고려 왕조의 정치 체제와 그 변천 과정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태조 왕건은 신라의 통일 정책을 계승하면서도 독자적인 정치 체제를 구축하고자 노력했으며, 이는 왕권 강화와 귀족 세력 견제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정치 구조

고려의 중앙 정치 조직은 당나라의 제도를 모방하여 삼성육부제를 근간으로 하였으나, 고려의 실정에 맞게 변형되었다. 주요 기구는 다음과 같다.

• 중서문하성: 정책 결정 및 자문 역할을 담당하는 최고 의결 기관이었다. 재신과 낭사로 구성되어 서경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 상서성: 중서문하성의 결정 사항을 집행하는 기관으로, 이부, 호부, 예부, 병부, 형부, 공부의 육부를 관할했다.
• 중추원: 군사 기밀과 왕명 출납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추밀과 승선으로 구성되었다.
• 삼사: 회계 및 곡물 출납을 담당하는 기관이었으나, 점차 그 기능이 축소되었다.
• 도병마사: 국방 문제를 논의하는 기관으로, 귀족 세력의 영향력이 강했다.
• 식목도감: 법제와 격식을 논의하는 기관으로, 도병마사와 함께 귀족 세력의 정치적 기반이 되었다.

지방 제도

고려는 전국을 5도 양계로 나누어 통치했다.

• 5도: 일반 행정 구역으로, 안찰사를 파견하여 감찰했다.
• 양계: 군사적 중요 지역으로, 병마사를 파견하여 군사권을 행사했다.

또한, 각 지방에는 향리라는 토착 세력이 존재하여 지방 행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왕권과 귀족 세력

고려의 정치사는 왕권과 귀족 세력 간의 끊임없는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역사였다. 초기에는 왕건의 외척 세력과 호족 출신 공신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이후 문벌 귀족 세력이 성장하면서 왕권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

• 문벌 귀족: 대대로 고위 관직을 독점하며 정치 권력을 장악한 가문들로, 대표적으로 경원 이씨 가문이 있었다.
• 무신 정권: 문벌 귀족의 횡포에 불만을 품은 무신들이 정변을 일으켜 권력을 장악한 시기이다. 무신 정권은 약 100년간 지속되었으며, 사회 전반에 큰 혼란을 야기했다.
• 권문세족: 원나라의 간섭기에 성장한 새로운 지배 세력으로, 막대한 토지를 소유하고 정치 권력을 독점했다.

개혁 노력

고려 시대에는 여러 차례 왕권 강화와 사회 개혁을 위한 시도가 있었다.

• 광종: 과거제 실시, 공복 제정, 노비안검법 등을 통해 왕권 강화와 귀족 세력 견제에 힘썼다.
• 성종: 최승로의 시무 28조를 받아들여 유교 정치 이념을 확립하고 중앙 집권 체제를 강화했다.
• 공민왕: 원나라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국가를 건설하고자 노력했으며, 신돈을 등용하여 개혁 정치를 추진했다.

쇠퇴

고려는 무신 정권, 몽골의 침입, 권문세족의 발호 등으로 인해 점차 쇠퇴의 길을 걸었다. 공민왕의 개혁 실패 이후 정치적 혼란은 더욱 심화되었으며, 결국 이성계에 의해 멸망하고 조선 왕조가 건국되었다.

고려의 정치는 왕권과 귀족 세력 간의 복잡한 역학 관계 속에서 발전과 쇠퇴를 거듭했으며, 이는 이후 조선 왕조의 정치 체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