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족
훈족 (Hun族)은 4세기 후반부터 5세기 중반까지 중앙아시아에서 이동하여 동유럽 및 중앙유럽에 광대한 제국을 건설했던 유목민 집단이다. 이들의 서진은 게르만족의 대이동을 촉발하며 서로마 제국 멸망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아틸라 대왕의 통치기에는 그 세력이 절정에 달했다. 이들의 기원과 언어는 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기원 및 정체성
훈족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으나, 가장 유력한 학설 중 하나는 고대 중국 사서에 기록된 흉노(匈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흉노와 훈족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이들이 순수한 단일 민족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중앙아시아 유목 민족의 연합체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훈족의 언어는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불분명하지만, 투르크어족이나 몽골어족 계통의 언어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된다. 이들은 기마술에 능했으며, 활과 같은 원거리 무기를 활용한 기동성 있는 전투 방식을 선호했다.
이동 및 확장
훈족은 4세기 중반경 볼가강을 넘어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동고트족과 서고트족 등 당시 동유럽에 거주하던 게르만족을 압박했으며, 이 과정에서 게르만족이 서로마 제국 영내로 대거 이동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훈족은 다뉴브강 북쪽에 기반을 마련하고, 인근의 다양한 부족들을 정복하거나 동맹을 맺어 세력을 확장했다. 동로마 제국과 서로마 제국은 훈족의 침입에 시달리며 조공을 바치기도 했다.
아틸라 시대
5세기 중반, 아틸라(Attila)는 훈족의 여러 부족들을 통합하고 강력한 제국을 건설했다. '신의 채찍'으로 불린 아틸라는 동로마 제국과 서로마 제국을 모두 위협하며 막대한 조공을 받아냈다. 451년, 갈리아(현 프랑스)에서 벌어진 카탈라우눔 평원 전투(Battle of the Catalaunian Plains)에서 서로마 제국 및 서고트족 연합군과 싸워 큰 피해를 입었으나, 그 세력은 여전했다. 452년에는 이탈리아를 침공하여 로마를 위협하기도 했으나, 교황 레오 1세와의 회동 이후 철수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아틸라는 453년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쇠퇴 및 유산
아틸라의 사망 후 훈족 제국은 강력한 지도력을 잃고 급격히 약화되었다. 억압받던 게르만 부족들이 반란을 일으켰고, 454년 네다오 전투(Battle of Nedao)에서 훈족은 게르만족 연합군에게 대패했다. 이후 훈족은 분열되어 점차 역사에서 사라지거나 다른 민족에게 흡수되었다. 훈족의 등장은 고대 유럽의 정치 지형과 민족 이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서로마 제국의 멸망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들의 침입은 유럽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으나, 동시에 유목민족의 강력한 군사력을 상징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