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피호랑이

카스피호랑이 (학명: Panthera tigris virgata)는 호랑이의 아종 중 하나로, '페르시아호랑이' 또는 '투란호랑이'라고도 불렸다. 카스피해 주변과 중앙아시아 지역, 즉 터키, 이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지에 서식했으나, 20세기 중반에 멸종된 것으로 여겨진다.

카스피호랑이는 다른 호랑이 아종에 비해 비교적 작은 편이었으나, 시베리아호랑이 다음으로 큰 아종으로 기록되기도 한다. 수컷의 경우 몸무게는 170~240kg, 암컷은 85~135kg 정도였으며, 모피는 밝은 적갈색을 띠고 검은색 줄무늬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카스피호랑이의 멸종 원인으로는 서식지 파괴, 먹이 감소, 인간에 의한 직접적인 사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러시아 제국이 중앙아시아를 식민지화하면서 농업 확장을 위해 대규모 관개 사업을 추진했는데, 이는 카스피호랑이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먹이 사슬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카스피호랑이는 가축을 습격한다는 이유로 대대적인 구제 대상이 되어 무분별하게 사냥당했다.

최근에는 카스피호랑이와 시베리아호랑이의 유전적 유사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시베리아호랑이를 중앙아시아 지역에 재도입하여 카스피호랑이의 생태적 지위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성공적인 복원을 위해서는 서식지 확보, 먹이 공급, 지역 주민과의 공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