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루급 잠수함

줄루급 잠수함은 냉전 시대에 소련 해군이 운용한 디젤-전기 잠수함 함급이다. 나토 코드는 'Zulu급'이며, 소련 제식 명칭은 '프로젝트 611'(Проект 611)이다. 1950년대 중반부터 건조되어 운용되었으며, 특히 이 함급의 일부는 초기에 탄도 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추도록 개조되었는데, 이는 소련의 전략 잠수함 개발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개요: 줄루급 잠수함은 이전 세대인 위스키급 잠수함(Project 613)을 기반으로 선체를 확장하고 성능을 개선하여 개발되었다. 이 함급은 당시 기준으로 비교적 큰 크기의 디젤-전기 잠수함이었으며, 주로 공격 잠수함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되었다. 총 26척이 건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특징 및 개발: 프로젝트 611의 기본적인 설계는 어뢰 공격 및 기뢰 부설 능력을 갖춘 표준적인 공격 잠수함이었다. 하지만 소련은 핵무기 운반 수단을 다변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잠수함을 이용한 탄도 미사일 발사에 관심을 가졌다. 이에 따라 줄루급 잠수함 중 6척이 '프로젝트 AV611'이라는 명칭으로 개조되었다.

프로젝트 AV611 잠수함은 함교 구조물 뒤쪽에 두 개의 수직 발사관을 설치하여 R-11FM (나토 코드: SS-N-1 스커드-A) 단거리 탄도 미사일 두 발을 탑재할 수 있었다. 이 미사일은 수상 상태에서만 발사할 수 있다는 제한이 있었지만, 이는 소련 최초의 잠수함 기반 탄도 미사일 시스템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 개조된 잠수함들은 나토 코드상 'Zulu V' 형으로 구분된다.

운용 역사: 줄루급 잠수함들은 1950년대 후반부터 소련 해군에 배치되어 북대서양 등 주요 해역에서 운용되었다. 특히 프로젝트 AV611 잠수함들은 소련의 초기 해상 기반 핵 억지력의 일부를 담당했다. 그러나 수상 발사 방식의 한계와 더 발전된 잠수함 및 미사일 기술(특히 수중 발사 능력)이 개발되면서, 이 함급의 전략적 가치는 빠르게 감소했다.

더욱 발전된 탄도 미사일 잠수함인 골프급 잠수함(Project 629)과 호텔급 잠수함(Project 658)이 등장하면서 줄루급 잠수함, 특히 미사일 탑재형은 점차 퇴역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줄루급 잠수함은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에 걸쳐 일선에서 물러났다.

의의: 줄루급 잠수함은 소련의 디젤-전기 잠수함 기술 발전을 보여주는 함급이며, 무엇보다도 소련이 잠수함을 전략 핵무기 운반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초기의 중요한 단계를 상징한다. 비록 미사일 발사 방식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 경험은 이후 소련의 강력한 핵추진 탄도 미사일 잠수함(SSBN) 함대 건설의 밑거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