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델 툴빙
엔델 툴빙(Endel Tulving, 1927년 5월 26일 – 2023년 9월 11일)은 에스토니아 태생의 캐나다 및 미국 인지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로, 인간의 장기 기억에 대한 연구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특히 그는 기억을 의미 기억(semantic memory)과 일화 기억(episodic memory)으로 구분한 것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툴빙은 제2차 세계 대전 중 독일 점령하의 에스토니아에서 탈출하여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토론토 대학교에서 심리학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은 후,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토론토 대학교, 예일 대학교를 거쳐 1974년부터 1992년까지 토론토 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툴빙의 연구는 기억의 구조와 과정, 특히 회상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기억이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창고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구성되고 재구성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의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는 의미 기억과 일화 기억의 구별이다. 의미 기억은 일반적인 사실, 개념, 지식 등을 저장하는 기억 체계인 반면, 일화 기억은 개인적인 경험, 특정 사건, 시간 및 장소와 관련된 기억을 저장하는 체계이다. 툴빙은 이러한 두 가지 기억 체계가 서로 다른 신경 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툴빙은 또한 주관적 회상(Subjective Recollection)의 개념을 발전시켰다. 이는 단순한 정보의 재생산이 아닌, 과거 경험을 의식적으로 재구성하고 되살리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는 기억 회상이 맥락 의존적이며, 현재의 상태와 과거의 경험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툴빙의 연구는 인지심리학, 신경과학, 그리고 인공지능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학계에서 그의 업적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그의 이론과 연구는 기억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으며, 기억 상실증 환자의 치료 및 재활에도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