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그로넌센스
에로그로넌센스(エログロナンセンス, 영어: Eroguro Nonsense)는 일본 다이쇼 시대 말기부터 쇼와 시대 초기에 걸쳐 유행했던 문화 현상 또는 예술 장르를 일컫는 용어이다. 에로티시즘(eroticism), 그로테스크함(grotesque), 그리고 넌센스(nonsense)의 세 가지 요소를 특징으로 한다.
개요 에로그로넌센스는 일본 사회가 급격한 근대화와 서구 문물의 유입을 겪으며 전통적 가치관이 흔들리던 시기에 등장했다. 특히 다이쇼 데모크라시 시기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도시 문화가 발달했지만, 동시에 사회적 불안감과 혼란이 존재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기존의 윤리나 미학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충격적이고 퇴폐적인 요소들이 예술과 대중문화 전반에 나타나게 되었다.
이 용어는 세 가지 요소의 일본어 약어인 '에로'(エロ, 에로티시즘), '구로'(グロ, 그로테스크함), '넌센스'(ナンセンス, 무의미함)가 결합된 조어이다. 따라서 성적인 내용, 끔찍하고 기형적인 묘사, 그리고 부조리하거나 무의미한 상황이나 표현이 기묘하게 뒤섞인 형태를 보인다.
특징 에로그로넌센스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 에로티시즘(Ero): 성적인 욕망, 퇴폐, 관음증적인 시선 등을 다루며, 당시 금기시되거나 억압되었던 성적 주제를 표면으로 끌어낸다.
- 그로테스크함(Guro): 죽음, 폭력, 광기, 신체 훼손, 기형, 병적인 상태 등 끔찍하고 비정상적인 것을 묘사한다. 이는 불안감, 절망감, 혹은 기성 질서에 대한 반항을 표현하기도 한다.
- 넌센스(Nonsense): 합리성이나 논리를 벗어난 부조리하고 황당한 상황이나 줄거리를 포함한다. 이는 시대적 혼란이나 허무주의를 반영하거나, 단순히 유희적이고 도발적인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세 요소는 분리되기보다는 서로 결합되어 새로운 충격과 정서를 유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단순히 선정적이거나 잔인한 것, 혹은 우스꽝스러운 것을 넘어, 이들이 뒤섞임으로써 기묘하고 불안하며 때로는 도착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영향 및 나타난 분야 에로그로넌센스 경향은 문학 (예: 에도가와 란포의 일부 작품), 미술, 연극, 영화, 대중가요, 잡지, 심지어는 광고 등 다양한 문화 영역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당대의 대도시(예: 도쿄)의 유흥가나 소극장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당대에 큰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며, 때로는 검열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에로그로넌센스는 이후 일본의 대중문화와 서브컬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현대의 일부 만화, 애니메이션, 예술 작품 등에서도 그 잔재나 변형된 형태를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일본 문화의 독특하고 어두운 측면 중 하나로 종종 언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