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표
언표(言表)는 언어 행위의 한 종류로,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특정한 행위를 수행하는 발화(發話)를 의미한다. 즉, 말하는 것 자체가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이 되는 경우를 언표라고 한다. 존 L. 오스틴(J.L. Austin)의 언어 행위 이론에서 핵심적인 개념으로 제시되었으며, 흔히 '수행적 발화(performative utterance)'라고도 불린다.
개요
언표는 사실을 기술하거나 진술하는 서술문과는 구별된다. 서술문은 참 또는 거짓을 판별할 수 있지만, 언표는 참/거짓의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 대신 언표는 '성공(felicity)' 또는 '실패(infelicity)'의 기준으로 평가된다. 언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조건, 즉 '행복 조건(felicity conditions)'을 충족해야 한다.
행복 조건
언표가 성공하기 위한 행복 조건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 관습적인 절차의 존재: 해당 언표 행위를 수행하기 위한 관습적으로 인정된 절차가 존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결혼 서약을 하는 행위는 결혼이라는 제도 내에서 특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 적절한 주체와 환경: 언표를 수행하는 주체가 적절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언표가 수행되는 환경 역시 적절해야 한다. 예를 들어, 판사가 법정에서 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권한을 가진 주체가 적절한 환경에서 행하는 언표이다.
- 진정성: 언표를 수행하는 주체가 진정한 의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은 성공적인 언표가 될 수 있지만, 형식적인 사과는 실패한 언표가 될 수 있다.
- 후속 행동: 언표 이후에 적절한 후속 행동이 이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약속을 했다면 약속을 지키는 행동이 따라야 한다.
예시
다음은 언표의 예시이다.
- "약속합니다." (약속 행위)
- "사과드립니다." (사과 행위)
- "선고합니다." (선고 행위)
- "축복합니다." (축복 행위)
- "이름을 부여합니다." (명명 행위)
언표 행위의 종류
언표 행위는 다음과 같이 여러 종류로 분류될 수 있다.
- 언명 행위(verdictives): 평가, 판정, 판단 등을 표현하는 행위 (예: "무죄를 선고합니다.")
- 약속 행위(commissives): 약속, 맹세, 제안 등 화자가 미래에 어떤 행동을 할 것을 약속하는 행위 (예: "내일 꼭 다시 전화할게.")
- 행위 유발 행위(directives): 명령, 요청, 질문 등 청자에게 어떤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행위 (예: "문을 닫아 주십시오.")
- 표현 행위(expressives): 감정, 태도, 심리 상태 등을 표현하는 행위 (예: "정말 감사합니다.")
- 선언 행위(declarations): 발화 자체가 현실을 변화시키는 행위 (예: "해고를 선언합니다.")
언표의 중요성
언표 개념은 언어의 사용이 단순히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언어 행위 이론은 법률, 정치,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의사소통의 효과적인 전략을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