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험
선험 (先驗, a priori)은 경험에 앞서서, 또는 경험과는 독립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지식이나 판단을 의미한다. 이는 경험적 증거나 관찰에 의존하지 않고 이성적인 사고나 논리적 추론만으로 얻을 수 있는 지식을 가리킨다. "선험적"이라는 형용사는 이러한 지식이나 판단의 성격을 나타낸다.
선험적 지식은 필연적이고 보편적인 진리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경험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특정 상황이나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항상 참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철학적 의미
선험은 인식론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지식의 근원과 정당성을 탐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경험주의 철학에서는 모든 지식이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합리주의 철학에서는 선험적 지식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 경험주의: 존 로크(John Locke), 데이비드 흄(David Hume)과 같은 경험주의 철학자들은 인간의 마음은 태어날 때 백지 상태(tabula rasa)이며, 모든 지식은 감각 경험을 통해 얻어진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선험적 지식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그 가치가 제한적이라고 본다.
- 합리주의: 데카르트(René Descartes), 스피노자(Baruch Spinoza),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와 같은 합리주의 철학자들은 이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선험적 지식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통해 의심할 수 없는 선험적 진리의 존재를 제시했다.
- 칸트 철학: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경험주의와 합리주의를 종합하여 선험적 종합 판단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칸트는 우리의 인식 능력이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감각 자료를 일정한 형식으로 조직화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형식이 선험적인 범주이며, 경험에 앞서서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시간과 공간은 경험에 앞서 존재하는 선험적인 직관 형식이며, 모든 경험은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예시
- 수학적 공리: "전체는 부분보다 크다"와 같은 명제는 경험적 증명 없이 이성적으로 참이라고 인식될 수 있다.
- 논리적 원리: "모든 것은 자기 자신과 동일하다(A=A)"와 같은 동일률은 논리적인 사고만으로도 참임을 알 수 있다.
관련 개념
- 후험 (a posteriori): 경험에 의존하여 얻어지는 지식.
- 분석 판단 (analytic judgment): 주어 개념 안에 술어 개념이 포함되어 있는 판단 (예: "모든 총각은 결혼하지 않았다").
- 종합 판단 (synthetic judgment): 주어 개념 안에 술어 개념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판단 (예: "이 탁자는 갈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