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피츠앨런

리처드 피츠앨런 (Richard FitzAlan, 1346년 ~ 1397년)은 14세기 잉글랜드의 귀족으로, 제10대 애런델 백작(10th Earl of Arundel)이자 제8대 서리 백작(8th Earl of Surrey)이다. 그는 잉글랜드 국왕 리처드 2세(Richard II) 시기에 중요한 정치적 인물이었으며, 국왕에 반대하는 주요 귀족 집단인 '상소 경(Lords Appellant)'의 일원이었다.

리처드 피츠앨런은 제9대 애런델 백작 리처드 피츠앨런(Richard FitzAlan, 9th Earl of Arundel)과 랭커스터의 엘리너(Eleanor of Lancaster)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1376년에 아버지로부터 애런델 백작 작위를 계승했다.

그는 유능한 군인이자 해군 제독(Admiral of England)으로 활동하며 백년 전쟁(Hundred Years' War) 기간 동안 프랑스 및 스페인과의 전투에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그의 주요 역할은 정치 무대에서 두드러졌다. 리처드 2세의 통치 후반기에 국왕의 전횡과 총신(寵臣)들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자, 리처드 피츠앨런은 에식스 백작 토머스 우드스톡(Thomas of Woodstock, Duke of Gloucester), 워릭 백작 토머스 보챔(Thomas Beauchamp, Earl of Warwick) 등과 함께 상소 경 집단을 형성하여 국왕의 정책에 반대했다.

상소 경은 1388년 소집된 '무자비한 의회(Merciless Parliament)'를 통해 국왕의 총신들을 처벌하고 국왕의 권력을 크게 제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리처드 2세가 점차 권력을 회복하면서 상소 경들은 국왕의 보복 대상이 되었다.

1397년, 리처드 피츠앨런은 체포되어 반역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는 과거의 행동에 대해 용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런던의 타워 힐(Tower Hill)에서 참수형에 처해졌다. 그의 처형은 리처드 2세가 자신의 반대 세력을 숙청하고 절대적인 권력을 구축하려 했던 시도의 정점이었으며, 이는 국왕에 대한 귀족들의 반감을 더욱 증폭시켜 결국 리처드 2세의 몰락과 헨리 4세(Henry IV)의 즉위로 이어지는 중요한 계기 중 하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