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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조상례보편

조선 시대 국가 및 사대부 가문의 장례(상례) 의례 절차와 규범을 집대성한 책. 조선 초기 유교 이념에 입각한 예치(禮治)를 실현하고 사회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의 일환으로 편찬되었다. 세종 대에 논의를 시작하여 여러 차례의 증보를 거쳐 세조 대에 완성되었으며, 예종 때 편찬된 『세종실록』의 부록으로 수록되면서 그 권위를 인정받았다. 이 책은 조선 초기 예법 정비의 결과물로서, 이후 『경국대전』 예전(禮典)의 상례 관련 조항의 근간이 되었다.

편찬 배경과 과정

조선 건국 초기에는 고려 시대의 의례나 주자가례(朱子家禮) 등을 참고하여 상례를 치렀으나, 국가와 개인의 상례에 적용될 통일되고 상세한 규범이 부족했다. 이에 조선 왕조는 유교적 예법을 바탕으로 국가 및 사회의 질서를 바로잡고자 했으며, 상례 또한 오례(吉禮, 嘉禮, 賓禮, 軍禮, 凶禮) 중 흉례(凶禮)에 해당하는 중요한 국가 의례이자 개인의 중요한 통과 의례로서 그 규범을 명확히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세종 9년(1427년) 왕명에 따라 예조(禮曹)에서 상례 규범의 편찬에 착수하여 초안을 마련하고 여러 신하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후 문종, 단종, 세조 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수정과 보완이 이루어졌다. 특히 세조 13년(1467년)에 최종적으로 완성되었으며, 예종 원년(1469년)에 편찬된 『세종실록』 부록의 오례의(五禮儀) 상례 부분에 『국조상례보편』이라는 이름으로 실리면서 국가 공인 예서로서의 지위를 얻게 되었다.

내용

『국조상례보편』은 임종부터 장례, 탈상(脫喪)에 이르기까지 상례의 전 과정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초종(初終): 임종 시의 절차, 시신 수습, 혼백(魂帛) 제작 등
  • 습전(襲奠): 시신을 씻기고 옷을 입히는 습(襲), 입에 구슬 등을 물리는 전(奠)의 절차
  • 소렴(小斂)과 대렴(大斂): 시신을 염포로 싸는 절차
  • 성복(成服): 상복(喪服)을 입는 절차와 복제(服制), 즉 상복의 종류와 상복을 입는 기간(오복제: 참최, 자최, 대공, 소공, 시마)에 대한 규정
  • 치장(治葬): 장례 준비, 묘지 선정, 관 제작 등
  • 천구(遷柩)와 발인(發引): 관을 옮기고 장지로 떠나는 절차
  • 하관(下棺)과 성분(成墳): 관을 땅에 묻고 봉분을 만드는 절차
  • 반곡(反哭): 장례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와 곡을 하는 절차
  • 우제(虞祭): 장례 후 지내는 제사
  • 소상(小祥), 대상(大祥), 담제(禫祭): 각 기간별 제사와 탈상 절차
  • 기타: 상례에 사용되는 제물, 기물, 음악, 복식 등에 대한 세부 규정

이 책은 주자가례를 기반으로 하되, 조선의 현실과 풍습을 고려하여 일부 내용을 수정하거나 추가하는 등 조선적인 특색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왕실의 상례와 사대부의 상례를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의의와 영향

『국조상례보편』은 조선 초기 국가와 사대부의 상례를 유교적 예법에 따라 통일하고 표준화한 매우 중요한 예서이다. 이 책은 이후 조선 시대 상례의 기본적인 지침서 역할을 했으며, 『경국대전』 예전의 상례 부분에 그 내용이 축약되어 반영됨으로써 법제적인 효력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조선 사회에서 유교적 상례 문화가 정착되고 확산되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후대 예서 편찬과 상례 실천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는 조선 왕조의 예치 이념을 실현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 문헌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