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토의 역설
페토의 역설(Peto's paradox)은 동물의 몸집과 암 발생률 사이에 예상되는 상관관계가 실제로는 나타나지 않는 현상을 설명하는 역설이다. 일반적으로 세포 수가 많은 대형 동물일수록 세포 분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여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코끼리나 고래와 같이 사람보다 훨씬 큰 동물들의 암 발생률이 사람보다 현저히 낮다는 사실이 관찰되면서 이 역설이 제기되었다.
이 역설에 대한 설명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 암 억제 유전자(Tumor suppressor genes)의 복제: 대형 동물은 암 억제 유전자를 여러 개 가지고 있어 암세포의 발생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예를 들어, 코끼리는 인간보다 훨씬 많은 TP53 유전자 복사본을 가지고 있어 손상된 세포를 더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 세포 노화 및 사멸 메커니즘 강화: 대형 동물은 세포가 노화되거나 손상되었을 때 스스로 사멸하는 메커니즘이 더욱 효율적으로 작동하여 암세포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다는 가설이다.
- 미세 환경의 차이: 대형 동물의 체내 미세 환경이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에 불리한 조건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예를 들어, 특정 면역 세포의 활성화나 특정 분비 물질의 농도 등이 암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 수명과 암 발생률 간의 관계: 대형 동물의 수명이 반드시 인간보다 길지 않으며, 암 발생률은 수명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즉, 수명이 짧은 동물은 암이 발생하기 전에 다른 원인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 암 발생률이 낮게 측정될 수 있다.
페토의 역설은 암 연구 분야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뤄지고 있으며, 대형 동물의 암 억제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암 예방 및 치료 전략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