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토드로메우스
오릭토드로메우스(Oryctodromeus)는 백악기 후기, 약 9,500만 년 전에 현재의 북아메리카 지역에서 살았던 초식 공룡이다. 조반목(Ornithischia)에 속하는 기저 신조반목류(basal Neornithischia) 공룡으로, 굴을 파서 그 안에서 생활했다는 강력한 증거가 발견된 몇 안 되는 공룡 중 하나로 유명하다.
이름의 유래 속명인 '오릭토드로메우스(Oryctodromeus)'는 고대 그리스어 '오릭테스(ὀρυκτήρ, '파는 자' 또는 '굴을 파는 동물')'와 '드로메우스(δρομεύς, '달리는 자')'가 합쳐진 것으로, '굴 파는 달리기 선수' 또는 '굴 파는 동물'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는 이 공룡이 굴을 파는 습성을 가졌음을 반영한다. 유일하게 알려진 종은 오릭토드로메우스 쿠비쿨라리스(Oryctodromeus cubicularis)이며, 종명 'cubicularis'는 라틴어로 '방' 또는 '침실'을 의미하며, 화석이 굴 안에서 발견된 것을 가리킨다.
발견 오릭토드로메우스의 화석은 2005년에 미국 몬태나주 남서부에 있는 블랙리프 층(Blackleaf Formation)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2007년에 고생물학자 앤디 바리키오(Andy Varricchio)와 그의 동료들에 의해 공식적으로 학계에 기재되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발견은 성체 두 마리와 어린 개체 한 마리가 함께 보존된 약 2미터 길이의 화석화된 굴 구조 안에서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이 굴은 지름 약 30cm의 입구로 시작하여 구부러지다가 더 넓은 방으로 이어지는 형태였다.
특징 및 고생태학 오릭토드로메우스는 몸길이가 약 2.1 미터, 높이 0.8 미터, 무게는 22~32 킬로그램 정도의 비교적 작은 크기의 공룡이었다. 다른 기저 신조반목류와 유사하게 긴 뒷다리를 가지고 있어 빠르게 달릴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굴 파는 행동을 뒷받침하는 해부학적 증거로는 어깨와 골반 부위의 강력한 근육 부착점을 암시하는 특징들, 비교적 짧고 튼튼한 앞다리, 그리고 흙을 파낼 때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넓적한 주둥이 등이 있다. 또한, 굴 내부 구조 자체가 현생 굴 파는 동물들이 만드는 굴과 유사하다는 점도 중요한 증거이다.
굴 안에서 성체와 어린 개체가 함께 발견된 것은 이 공룡이 굴을 사용하여 포식자를 피하거나, 극심한 온도 변화로부터 몸을 보호했으며, 새끼를 굴 안에서 키우는 등 자식 돌보기(parental care) 행동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당시 공룡의 행동 방식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모든 공룡이 지상에서만 생활한 것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분류 오릭토드로메우스는 조반목 내에서 하위 분류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기저 신조반목류에 속한다. 한때 힙실로포돈류(Hypsilophodontidae)로 분류되기도 했으나, 현재는 이 그룹이 측계통군으로 간주되어 잘 사용되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는 북아메리카의 다른 기저 신조반목류 공룡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