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아게일라 전투
엘 아게일라 전투는 제2차 세계 대전 중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벌어진 전투이다. 1942년 12월, 리비아의 엘 아게일라 근처에서 연합군 (주로 영국 제8군)과 추축군 (독일-이탈리아군) 사이에 벌어졌다. 이 전투는 제2차 엘 알라메인 전투 이후 연합군이 추축군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추축군이 방어선을 구축하려 했으나 결국 철수한 결과로 끝났다.
배경
제2차 엘 알라메인 전투에서의 결정적인 패배 이후, 에르빈 롬멜 원수가 이끄는 추축군은 서쪽으로 급속히 철수했다. 영국 제8군 사령관 버나드 몽고메리 장군은 추축군을 끈질기게 추격했다. 롬멜은 엘 아게일라의 지형 (마레스 라인과 유사한 방어에 유리한 지형)을 이용해 추격해오는 연합군을 저지하고 병력을 재정비하려 했다. 엘 아게일라는 사막과 소금 평지로 둘러싸여 있어 전면 공격이 어렵고 측면 방어가 용이한 지형적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추축군은 장거리 철수로 인한 병력의 피로, 심각한 보급 부족 (특히 연료와 탄약), 그리고 연합군의 제공권 장악 등으로 인해 방어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다.
전투 경과
1942년 12월 중순, 영국 제8군은 엘 아게일라에 도달하여 추축군의 방어선을 확인했다. 몽고메리는 전면 공격으로 인한 손실을 피하고 추축군을 포위 섬멸하기 위해 측면 우회 기동을 통한 포위 계획을 세웠다. 영국군의 일부 기동 부대는 광대한 사막을 가로질러 추축군의 남쪽 측면과 후방을 깊숙이 우회하기 시작했다.
롬멜은 연합군의 우회 기동을 인지하고, 포위될 경우 병력 전체를 잃을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비록 엘 아게일라가 방어에 유리한 지형이었지만, 부족한 보급과 병력 상태로는 연합군의 포위망을 돌파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따라서 롬멜은 전투를 회피하고 병력을 보존하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
12월 15일 밤부터 16일 새벽까지, 추축군은 엘 아게일라 방어선에서 조직적으로 철수하기 시작했다. 독일 아프리카 군단과 이탈리아군은 후위 부대를 남겨 연합군의 추격을 지연시키는 동안 주력을 서쪽으로 이동시켰다. 연합군은 추축군의 철수를 감지하고 엘 아게일라로 진입했으나, 이미 주력은 빠져나간 상태였다. 소규모의 후위 부대와의 간헐적인 교전만이 발생했을 뿐, 대규모의 격렬한 전투는 벌어지지 않았다.
결과 및 영향
엘 아게일라 전투는 대규모의 회전이라기보다는 추축군의 성공적인 전략적 철수 작전으로 평가된다. 롬멜은 뛰어난 기동력과 판단력으로 병력 손실을 최소화하며 연합군의 포위망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연합군은 최소한의 희생으로 엘 아게일라를 확보하고 서쪽으로 계속 진격할 수 있었으나, 추축군 주력을 섬멸하려던 초기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추축군은 이후 트리폴리타니아를 거쳐 튀니지까지 철수하게 되었고, 이는 튀니지 전역으로 이어졌다.
이 전투는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연합군의 우세가 확고해지고 추축군이 지속적으로 수세에 몰리는 상황을 더욱 명확히 보여주었다. 롬멜의 철수 능력은 높이 평가되었지만, 추축군은 북아프리카에서 연합군에 맞설 수 있는 거점을 계속 상실하며 전반적인 전황은 더욱 불리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