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키질바시
아프간 키질바시는 아프가니스탄에 거주하는 키질바시 공동체를 지칭한다. 키질바시(Qizilbash, 페르시아어: قزلباش)는 원래 16세기 사파비 제국의 주요 지지 세력이자 군사 엘리트를 형성했던 다양한 투르크멘 부족 및 기타 집단들을 일컫는 용어였다. 아프가니스탄의 키질바시들은 주로 사파비 제국 시대나 그 이후, 특히 두라니 제국 시기에 행정, 군사, 무역 등의 목적으로 이주해온 후손들이다.
역사 키질바시라는 용어는 붉은 모자를 썼던 사파비야 수피 교단의 추종자들에서 유래했다. 사파비 제국이 페르시아를 통일하고 강력한 시아파 국가로 부상하면서, 키질바시는 제국의 근간을 이루는 세력이 되었다. 아프가니스탄 지역은 사파비 제국과 무굴 제국의 경계 지역이었고, 두 제국은 이 지역의 통치권을 두고 다투었다. 이 과정에서 사파비 제국은 행정가, 군인, 상인 등을 아프가니스탄 주요 도시(예: 칸다하르, 헤라트, 카불)에 파견하거나 정착시켰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키질바시였다.
18세기 중반 아흐마드 샤 두라니가 두라니 제국을 세운 후에도 키질바시들은 중요한 역할을 계속했다. 특히 페르시아어에 능통하고 행정 경험이 풍부했던 이들은 두라니 왕조의 관료, 회계사, 군인, 외교관 등으로 일하며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동시에 다수 수니파 인구와의 종교적 차이, 그리고 때로는 특정 부족과의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박해를 받기도 했다.
정체성 및 문화 아프간 키질바시들은 종교적으로는 이란의 주류 시아파와 같은 열두 이맘파 시아 이슬람을 따른다. 이는 아프가니스탄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수니파 무슬림과는 구별되는 특징이다. 언어적으로는 페르시아어의 아프가니스탄 방언인 다리어(Dari)를 사용한다.
이들의 민족적 정체성은 복합적이다. 역사적으로 투르크멘 계통과 연관되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페르시아어 사용 환경에서 살아왔으며 문화적으로 타지크인 등 페르시아어 사용자 집단과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스스로를 별도의 집단으로 인식하기도 하고, 넓게는 페르시아어 사용자 집단(타지크인 등)의 일부로 여겨지기도 한다. 종교적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이 강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현황 아프가니스탄의 키질바시 인구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주로 카불, 칸다하르, 헤라트, 마자르이샤리프 등 주요 도시에 거주하며, 특히 카불에는 비교적 큰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엘리트층에 속했던 만큼, 교육 수준이 높고 정부 기관이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의 내전과 사회 혼란 속에서 다른 소수 집단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