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의 부등식
벨의 부등식(Bell's inequality)은 양자역학과 국소적 실재론 사이의 근본적인 모순을 드러내는 부등식이다. 1964년 존 스튜어트 벨(John Stewart Bell)에 의해 처음 제시되었으며, 얽힘 상태에 있는 두 입자를 측정했을 때, 특정 조건 하에서 고전적인 국소적 실재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상관관계가 나타남을 수학적으로 보여준다.
벨의 부등식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본 가정을 전제로 한다:
- 실재론(Realism): 측정하기 전에도 물리량은 특정한 값을 가진다. 즉, 관측 여부와 관계없이 객관적인 실재가 존재한다.
- 국소성(Locality): 한 입자에 대한 측정은 다른 입자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즉, 정보는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전달될 수 없다.
- 결정론(Determinism) 또는 통계적 독립성(Statistical Independence): 입자의 측정 결과는 측정 장치의 설정과 입자의 숨은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숨은 변수는 측정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은 변수를 의미한다. 통계적 독립성은 측정 장치 설정과 숨은 변수가 서로 독립적임을 가정한다.
벨의 부등식은 다양한 형태로 표현될 수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CHSH 부등식이다. CHSH 부등식은 두 입자에 대한 측정 결과를 기반으로 계산되는 특정한 상관관계 함수의 값이 특정 범위 내에 있어야 함을 규정한다. 만약 실험 결과가 이 부등식을 위반한다면, 위의 세 가지 가정 중 적어도 하나는 틀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험적으로 벨의 부등식은 여러 차례 위반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양자역학이 옳고, 국소적 실재론은 틀렸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즉, 자연은 실재론, 국소성, 결정론(또는 통계적 독립성)을 모두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양자 얽힘의 특이성을 보여주며, 양자 정보 과학, 양자 암호, 양자 컴퓨팅 등 다양한 분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벨의 부등식 위반은 양자역학의 근본적인 특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현대 물리학의 중요한 개념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