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 십자군
민중 십자군 (People's Crusade)은 1096년 제1차 십자군 원정 초기에 일어난 사건으로, 정식으로 훈련받은 군대가 아닌 주로 농민, 하층민, 심지어 여성과 어린이들로 구성된 대규모 무장 집단이 주도한 십자군 운동을 지칭한다. '농민 십자군'이라고도 불린다.
민중 십자군은 교황 우르바노 2세의 십자군 호소 이후, 신성 로마 제국의 사제였던 은자 피에르 (Peter the Hermit)와 가난한 기사 고티에 상스아부아르 (Walter Sans Avoir) 등의 지도 아래 자발적으로 조직되었다. 이들은 성지 탈환이라는 종교적 열망에 불타올랐지만, 대부분 무장 상태가 미흡하고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했으며, 보급 체계 역시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들은 수천 명에서 수만 명에 이르는 규모로 서유럽을 횡단하며 동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식량을 약탈하거나 유대인 공동체를 공격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헝가리와 발칸 반도를 거쳐 콘스탄티노플에 도착했지만, 동로마 제국 황제 알렉시우스 1세 콤네누스는 이들을 경계하며 소아시아로 건너가게 했다.
그러나 민중 십자군은 1096년 10월, 튀르크족과의 전투에서 거의 전멸당하며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은자 피에르 등 일부 지도자들은 콘스탄티노플로 되돌아갔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전투에서 사망하거나 노예로 팔려갔다. 민중 십자군은 종교적 열정이 군사적 준비 부족과 결합되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