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고리
토성의 고리는 행성 토성 주변을 공전하는 수많은 작은 입자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고리 시스템이다. 태양계 행성 중 가장 눈에 띄고 유명한 특징 중 하나이며, 망원경으로 쉽게 관측할 수 있다. 고리는 하나의 단단한 원반이 아니라, 주로 물 얼음으로 구성된 수억 또는 수조 개의 독립적인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구성 및 물리적 특성 토성의 고리를 이루는 입자의 주 성분은 99% 이상의 순수한 물 얼음이다. 나머지 성분은 미량의 암석 먼지나 유기 화합물로 추정된다. 고리 입자의 크기는 마이크로미터(수천분의 1 밀리미터) 크기의 작은 먼지부터 수 미터 크기의 바위 덩어리까지 매우 다양하다. 고리 시스템 전체의 질량은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보다 훨씬 작으며, 미마스(Mimas) 위성 질량의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가볍다. 고리의 두께는 놀라울 정도로 얇아서, 직경이 수십만 킬로미터에 달하지만 평균 두께는 수십 미터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고리면은 토성의 적도면과 거의 일치한다.
구조 및 명칭 토성의 고리는 여러 개의 넓은 고리와 그 사이의 틈으로 나뉜다. 주요 고리는 바깥쪽부터 A 고리, B 고리, C 고리 등 알파벳 순서로 명명되며, 이 외에도 희미한 D, E, F, G 고리 등이 존재한다. 가장 눈에 띄는 틈은 A 고리와 B 고리 사이의 넓은 영역인 '카시니 간극(Cassini Division)'이다. 이 간극은 토성의 위성 미마스의 중력적 영향(공명 현상)에 의해 고리 입자가 존재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A 고리 내에도 '엥케 간극(Encke Gap)'과 같은 더 작은 틈들이 있으며, 이러한 구조는 주로 토성 위성들의 중력적 작용으로 인해 형성되고 유지된다. 각 고리 내에서도 나선 밀도파, 굽어진 고리(kink) 등 복잡하고 미세한 구조들이 관찰된다.
기원 토성의 고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과학적 논쟁의 대상이다. 주요 이론으로는 다음 두 가지가 있다.
- 파괴된 위성설: 과거에 존재했던 얼음 위성이 토성의 강력한 조석력(Roche limit 안쪽)에 의해 파괴되어 그 잔해가 고리를 형성했다는 이론이다.
- 미응축 잔해설: 토성이 형성될 때 행성 주위를 돌던 물질 중 위성으로 뭉쳐지지 못하고 남은 잔해가 고리가 되었다는 이론이다. 최근 카시니 탐사선의 데이터 분석 결과는 고리가 비교적 젊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며, 이는 과거에 큰 위성이 파괴되었다는 이론에 더 무게를 실어주기도 한다. 고리가 형성된 시점은 수억 년 전부터 토성 자체의 나이(45억 년)만큼 오래되었을 가능성까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역학 고리의 입자들은 토성을 중심으로 케플러 궤도를 따라 공전하며, 안쪽 고리의 입자일수록 더 빠르게 돈다. 고리 시스템은 정적인 상태가 아니며, 토성의 중력, 고리 입자들 간의 충돌 및 중력적 상호 작용, 그리고 토성 위성들의 중력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복잡한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고리 가까이에 있는 작은 위성들(shepherd moons)은 고리 가장자리를 중력적으로 제어하여 고리 물질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거나 좁은 고리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관측 및 탐사 토성의 고리는 이미 17세기 초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의해 처음 관측되었으나, 당시에는 정확한 형태를 알 수 없었다. 크리스티안 하위헌스가 1655년에 고리의 형태로 제대로 인지하고 설명하였다. 지상 망원경으로도 관측 가능하지만, 고리의 자세한 구조와 역학은 우주 탐사선을 통해 밝혀졌다. 주요 탐사선으로는 1980년대에 토성계를 지나가며 고리의 상세 이미지를 전송한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가 있으며, 특히 2004년부터 2017년까지 13년 이상 토성 궤도를 돌며 고리에 대한 방대한 과학 정보를 제공한 카시니-하위헌스 탐사선이 고리 연구에 크게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