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퇴 에너지 수준

축퇴 에너지 수준 (Degenerate energy level)은 양자역학에서 둘 이상의 서로 다른 양자 상태가 동일한 에너지 값을 갖는 현상을 나타낸다. 이러한 상태들을 "축퇴 상태"라고 부르며, 축퇴 상태의 개수를 "축퇴도 (degeneracy)"라고 한다. 예를 들어, 축퇴도가 3이라면 동일한 에너지 값을 갖는 서로 독립적인 상태가 3개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축퇴는 일반적으로 계의 대칭성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구면 대칭성을 갖는 원자에서 수소 원자의 경우, 에너지 준위는 주양자수 n에 의해서만 결정되며, 각운동량 양자수 l과 자기 양자수 m은 에너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주어진 n에 대해 다양한 l과 m 값들이 동일한 에너지를 가지므로 축퇴가 발생한다. 이러한 축퇴는 외부 자기장이나 전기장과 같은 섭동이 가해지면 풀릴 수 있으며, 이를 제이만 효과(Zeeman effect) 또는 슈타르크 효과(Stark effect)라고 한다.

축퇴 에너지 수준은 분광학, 고체 물리학, 핵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고체 내에서 전자의 에너지 밴드 구조를 이해하거나, 원자핵의 에너지 스펙트럼을 분석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축퇴는 또한 양자 컴퓨팅에서 큐비트를 구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특정 양자 상태를 설계하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