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리 데쿠마테스

아그리 데쿠마테스 (Agri Decumates)는 로마 제국 시대에 현재의 독일 남서부와 프랑스 동부에 걸쳐 존재했던 지역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라인 강과 도나우 강 사이의 지역으로, 대략적으로 슈바르츠발트 (Black Forest, 검은 숲) 동쪽에서 뵈르템베르크 고원, 프랑코니아 지역, 헤센 남부에 이르는 지역을 포함한다.

'데쿠마테스'라는 이름은 '십분의 일'을 의미하는 라틴어 'decuma'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지역의 농민들이 로마 제국에 곡물의 십분의 일을 세금으로 납부했기 때문이라고 추정되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다. 다른 가설로는 이 지역이 갈리아 벨기카 속주에서 온 이주민들에게 십분의 일로 나뉘어 분배되었다는 설도 있다.

아그리 데쿠마테스는 1세기 후반에 로마 제국에 의해 정복되었으며, 로마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치는 지역이 되었다. 로마인들은 이곳에 여러 요새와 도시를 건설하고, 도로망을 정비하여 라인 강과 도나우 강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했다. 중요한 로마 도시로는 아라에 플라비아에 (Arae Flaviae, 현재의 로트바일), 수물락쿰 (Sumelocenna, 현재의 로텐부르크암네카르), 아쿠아에 마티아코룸 (Aquae Mattiacorum, 현재의 비스바덴) 등이 있었다.

그러나 3세기 중반, 게르만족의 침입이 격화되면서 로마 제국은 아그리 데쿠마테스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260년경 로마 제국은 이 지역에서 철수하고, 라인 강과 도나우 강을 따라 새로운 국경 (리메스)을 구축했다. 이후 아그리 데쿠마테스는 알레만니족을 비롯한 게르만족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