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역설
까마귀 역설 (Raven Paradox)은 논리학과 인식론에서 관찰된 증거가 가설을 뒷받침하는 정도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와 모순되는 역설이다. 칼 헴펠(Carl Hempel)에 의해 제시되었으며, '모든 까마귀는 검다'라는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역설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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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모든 까마귀는 검다." 이 가설은 논리적으로 "검지 않은 것은 까마귀가 아니다"와 동치이다. (대우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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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집 안에서 빨간 사과를 발견했다고 가정하자. 빨간 사과는 '검지 않은 것'이며, 사과이므로 '까마귀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빨간 사과의 관찰은 "검지 않은 것은 까마귀가 아니다"라는 명제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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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검지 않은 것은 까마귀가 아니다"는 "모든 까마귀는 검다"와 논리적으로 동치이므로, 빨간 사과를 관찰하는 것이 '모든 까마귀는 검다'라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직관적으로 빨간 사과를 관찰하는 것이 까마귀의 색깔에 대한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보기 어렵다.
역설의 해결 시도:
까마귀 역설은 증거의 관련성, 정보의 양, 베이즈 정리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되며, 여러 해결 방안이 제시되었다. 예를 들어, 빨간 사과의 관찰이 '모든 까마귀는 검다'라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정도는 매우 미미하지만, 어쨌든 약간의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 있다. 또한, 까마귀의 수에 비해 검지 않은 사물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빨간 사과의 관찰은 가설에 대한 정보량을 거의 증가시키지 못한다는 설명도 존재한다.
까마귀 역설은 증거와 가설의 관계에 대한 복잡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이며, 귀납적 추론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