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감염재생산지수
기초감염재생산지수(基礎感染再生産指數, 영어: Basic Reproduction Number, 기호: R₀, 아르 제로)는 역학에서 감염병의 전파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 중 하나이다. 이는 어떠한 방역 조치나 면역이 없는 완전히 감수성 있는 인구 집단에서, 한 명의 감염자가 감염 가능한 기간 동안 평균적으로 몇 명의 2차 감염자를 발생시키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정의 및 의미
기초감염재생산지수(R₀)는 다음과 같은 조건 하에서의 감염 확산 잠재력을 측정한다.
- 해당 인구 집단 전체가 감염에 대해 완전히 감수성(susceptible)이 있다. 즉, 이전 노출이나 백신 접종 등으로 인한 면역이 전혀 없는 상태이다.
- 어떠한 방역 조치(예: 격리,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봉쇄 등)도 시행되지 않는다.
R₀ 값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 R₀ > 1: 한 명의 감염자가 평균적으로 한 명 이상의 2차 감염자를 발생시킨다. 이는 감염병이 유행하여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R₀ 값이 클수록 확산 속도가 빠르다.
- R₀ = 1: 한 명의 감염자가 평균적으로 딱 한 명의 2차 감염자를 발생시킨다. 이는 감염병의 발생률이 유지되거나 정체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 R₀ < 1: 한 명의 감염자가 평균적으로 한 명 미만의 2차 감염자를 발생시킨다. 이는 감염병의 발생률이 감소하고 있으며, 결국 유행이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출 및 영향 요인
R₀는 직접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역학 모델링이나 실제 발생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정된다. R₀의 값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다음과 같다.
- 접촉 빈도(Contact rate): 인구 집단 내에서 사람들이 서로 접촉하는 빈도이다. 접촉이 잦을수록 R₀가 높아진다.
- 감염 확률(Probability of transmission per contact): 감수성 있는 사람이 감염자와 접촉했을 때 감염될 확률이다. 병원체의 전염력, 접촉 방식(비말, 공기, 접촉 등), 접촉의 성격 등에 따라 달라진다.
- 감염 지속 기간(Duration of infectiousness): 감염자가 다른 사람에게 병원체를 전파시킬 수 있는 기간이다. 이 기간이 길수록 R₀가 높아진다.
개념적으로 R₀는 대략 '접촉 빈도 × 접촉당 감염 확률 × 감염 지속 기간'의 비례 관계를 가진다고 볼 수 있으나, 실제 계산은 더 복잡한 모델을 통해 이루어진다.
중요성 및 활용
기초감염재생산지수는 감염병 발생 초기에 해당 질병의 잠재적인 유행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R₀ 값이 높게 추정될수록 질병 통제가 어렵고, 더 강력하거나 광범위한 방역 조치가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집단 면역(Herd Immunity)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면역률을 계산하는 데 기초 자료로 사용된다 (집단 면역 역치 ≈ 1 - 1/R₀).
실효감염재생산지수와의 구분
기초감염재생산지수(R₀)는 이상적인 초기 조건 하에서의 잠재적 전파력을 나타내는 반면, 실효감염재생산지수(Effective Reproduction Number, Rₜ)는 특정 시점에서 실제 인구 집단의 면역 상태, 시행 중인 방역 조치 등을 반영하여 현재의 실제 전파력을 나타내는 지수이다. 유행 초기에는 Rₜ가 R₀와 유사할 수 있으나, 방역 조치가 시행되거나 인구 면역이 증가하면 Rₜ는 R₀보다 낮아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