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반니 그라시
조반니 바티스타 그라시 (Giovanni Battista Grassi, 1854년 3월 27일 ~ 1925년 5월 4일)는 이탈리아의 저명한 동물학자, 기생충학자이다. 특히 인간 말라리아의 전파 경로를 모기가 매개한다는 사실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생애 및 경력
그라시는 1854년 이탈리아 코모현 로벨라스카에서 태어났다. 파비아 대학교에서 의학 및 외과 학위를 취득한 후 동물학 연구에 매진했다. 시칠리아의 카타니아 대학교에서 동물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이후 로마 라 사피엔차 대학교의 비교해부학 교수로 활동했다. 그는 다양한 동물의 생태와 기생충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주요 연구 및 기여
- 말라리아 전파 연구: 그라시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말라리아의 전파 방식에 대한 연구이다. 1890년대 후반, 그는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체계적인 실험을 통해 얼룩날개모기속(Anopheles) 모기가 인간 말라리아 원충을 옮기는 매개체임을 명확히 입증했다. 이는 1898년 로마냐 지역의 실험을 통해 확증되었으며,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모기 방제 전략의 과학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학사에 매우 중요한 발견으로 평가받는다. 비록 새의 말라리아 전파를 모기가 매개함을 밝힌 롤런드 로스와 우선권에 대한 논쟁이 있었으나, 인간 말라리아와 얼룩날개모기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확립한 것은 그라시의 공으로 인정받고 있다.
- 기타 기생충 연구: 그라시는 말라리아 외에도 다양한 기생충과 공생 관계를 연구했다. 흰개미의 장내 미생물(편모충류)이 셀룰로스 소화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으며, 장어의 회유 과정과 기생충, 포도나무 해충인 필록세라의 복잡한 생활사, 멸치의 기생충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업적을 남겼다.
그라시의 연구는 전염병의 이해와 제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말라리아 연구의 선구자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