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부재의 원칙
일사부재의 원칙(一事不再議原則)은 형사사건에 대하여 일단 확정판결이 내려지면, 동일한 사건에 대해 다시 공소(기소)를 제기하거나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이는 형사절차에서 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하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기본 원칙 중 하나이다. 흔히 '이중 처벌 금지 원칙'으로도 알려져 있으나, 이는 형사 절차에서 동일한 사건에 대해 두 번 이상 재판을 받는 것을 금지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더 넓은 의미로 사용된다.
이 원칙은 국가 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보호하고, 재판의 권위를 존중하며, 법률관계의 조기 확정을 통해 사회 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법적 근거
대한민국 헌법 제13조 제1항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일사부재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형사사건에 국한되며, 동일한 행위에 대해 형사 처벌 외에 민사상의 책임이나 행정상의 제재를 부과하는 것은 이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은 헌법상의 일사부재의 원칙을 구체화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는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에 대하여는 법원이 면소(免訴) 판결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동일한 사건에 대해 다시 공소가 제기된 경우, 더 이상 실체 심리를 할 필요 없이 소송 조건 흠결로 재판 절차를 종료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요건 및 범위
일사부재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 확정판결의 존재: 사건에 대한 법원의 종국 판결(유죄, 무죄, 면소, 공소기각 판결 등)이 더 이상 상소(항소, 상고)할 수 없이 확정되어야 한다. 수사 단계에서의 불기소 처분, 공소 취소, 공소 기각 결정 등은 확정판결에 해당하지 않아 일사부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 동일한 사건: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과 새로이 문제된 사건이 동일성을 가져야 한다. '동일한 사건'이란 피고인,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경우를 말하며, 통상 사실관계의 기본적 동일성이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범죄 사실의 일시, 장소, 수단, 객체 등이 동일하거나 사회관념상 동일성이 인정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 포괄일죄나 연속범의 경우, 전체 행위가 하나의 사건으로 간주될 수 있다.
효과
일단 확정판결이 내려진 동일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다시 공소를 제기하면, 법원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면소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이는 법원의 재판권이 소멸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효과이다. 따라서 확정판결의 기판력(旣判力)이 발생하여 동일 사건에 대한 새로운 재판이 불가능해진다.
일사부재의 원칙은 형사 사법의 신뢰성을 높이고, 국가 권력으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