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무늬 수막새
얼굴무늬 수막새는 한국 전통 건축의 지붕 기와 끝에 사용되는 원형 막새 기와 중 사람의 얼굴 모양이 새겨진 것을 말한다. 지붕 처마 끝의 와구토(기와를 고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진흙)를 마감하고 서까래의 끝을 보호하며 빗물을 효율적으로 흘려보내는 기능과 함께, 건축물의 미관을 장식하는 역할을 한다. 주로 흙으로 빚어 구워 만든 도기(기와)로 제작된다.
얼굴무늬 수막새는 삼국시대, 특히 신라 시대에 활발하게 제작되고 사용되었다. 신라 시대에는 와당(기와에 새겨진 무늬) 제작 기술이 크게 발달하여, 연꽃무늬, 귀면무늬 등 다양한 길상(吉祥)적 또는 벽사(辟邪)적인 무늬와 함께 사람의 얼굴을 표현한 무늬도 유행하였다. 이는 당시의 건축 문화와 예술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다.
얼굴무늬 수막새는 당시 사람들의 표정이나 미소, 그리고 그들이 지녔던 미적 감각과 정신세계, 생활상 등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특히 신라 시대의 얼굴무늬 수막새에서는 밝고 익살스러운, 때로는 해학적인 미소가 특징적으로 나타나 '신라의 미소'라고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표정은 당시 신라 사람들이 지녔던 낙관적이고 여유로운 세계관이나, 주술적인 의미(예: 악귀를 물리치는 벽사의 기능)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유물로는 경주 사천왕사 터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진 신라 시대의 얼굴무늬 수막새가 있으며, 현재 경주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한국 와당 예술의 정수로 평가받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모습의 얼굴무늬 수막새가 여러 유적지에서 출토되어 전시되고 있다.
얼굴무늬 수막새는 단순한 건축 부재를 넘어, 고대 한국인의 예술 혼과 생활 철학을 담고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