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악 영산회상
현악 영산회상은 한국 전통 음악의 대표적인 모음곡(Suite) 중 하나로, 특히 현악기를 중심으로 연주되는 영산회상 악곡을 가리킨다. 줄여서 '현악 영산회상' 또는 단순히 '영산회상'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중광지곡(重光之曲)'이라고도 한다. 정악(正樂)의 대표적인 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역사
영산회상은 본래 영산회상불보살(靈山會上佛菩薩)이라는 불교 의식 음악의 가사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사가 세월이 흐르면서 기악곡화되었고, 다시 여러 파생곡을 낳으며 현재의 모음곡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현악 영산회상은 영산회상 모음곡 중 가장 일반적이고 오래된 형태로 알려져 있으며, 다양한 악기 편성으로 연주되는 여러 영산회상 중 현악기 중심의 편성을 특징으로 한다. 관악기 중심의 '관악 영산회상', 평조(平調)로 연주되는 '평조회상' 등과 구별된다.구성
현악 영산회상은 여러 악장으로 이루어진 모음곡 형태를 취한다. 일반적으로 다음의 아홉 악장으로 구성된다. 각 악장은 독립적인 곡이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상령산 (上靈山)
- 중령산 (中靈山)
- 세령산 (細靈山)
- 가락더리 (加樂擣理)
- 상현더리 (上絃擣理)
- 하현더리 (下絃擣理)
- 염불더리 (念佛擣理)
- 타령 (打令)
- 군악 (軍樂)
초기의 영산회상은 상령산-중령산-세령산으로 이어지는 세 악장이 중심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더리(덜이) 계통 악장과 타령, 군악 등이 추가되어 현재의 형태가 되었다. 뒤로 갈수록 점차 빨라지는 속도와 간결해지는 장단 구조가 특징이다.
악기 편성
현악 영산회상은 이름 그대로 현악기를 중심으로 편성된다.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주요 악기는 다음과 같다.- 거문고
- 가야금
- 해금
- 양금
- 대금 (취악기이나 현악 편성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음)
- 피리 (취악기이나 현악 편성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음)
- 장구 (타악기)
- 북 (타악기)
현악 영산회상이라 하더라도 대금이나 피리가 편성되는 경우가 흔하며, 이는 정악의 특성상 악기 편성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각 악기는 복수로 편성될 수도 있다.
특징
현악 영산회상은 정악(正樂) 특유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선율: 유장하고 느린 속도로 시작하여 점차 빨라진다. 농현(弄絃: 현악기의 다양한 꾸밈음 기법) 등 악기 고유의 시김새(음악 장식음)가 풍부하게 사용된다.
- 장단: 처음에 느리고 복잡한 장단(예: 20박 장단)으로 시작하여 점차 빠르고 간결한 장단(예: 6박 장단)으로 변해간다.
- 음계 및 조: 주로 우조(羽調) 음계와 조성을 사용하지만, 악장에 따라 평조(平調)적인 특징이 나타나기도 한다.
- 음색: 각 악기의 음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중후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 연주: 각 악기가 미묘하게 다른 선율을 연주하는 '이음음악(Heterophony)'적 특징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