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페도클레스
엠페도클레스 (고대 그리스어: Ἐμπεδοκλῆς, 기원전 약 494년 – 약 434년)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과학자, 의사, 종교적 사상가이다. 시칠리아의 아크라가스(현재의 아그리젠토) 출신으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 중 한 명으로 분류된다.
그는 만물이 불, 흙, 물, 공기라는 네 가지 기본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4원소설을 주장했으며, 이 원소들을 결합하고 분리시키는 두 가지 근원적인 힘인 사랑(필리아, Φιλία)과 미움(네이코스, Νεῖκος)의 개념을 제시하여 유명하다. 그의 사상은 자연 철학, 생물학, 인식론뿐만 아니라 종교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측면까지 포괄한다.
생애 엠페도클레스는 시칠리아의 유복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는 뛰어난 웅변가이자 의사, 마법사로 여겨졌으며, 민주정을 지지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의 생애 말기나 죽음에 대해서는 여러 전설이 전해지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자신을 불멸의 존재로 증명하기 위해 에트나 산의 화산 분화구에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는 후대의 전설일 가능성이 높다.
철학 및 우주론
- 4원소설: 탈레스(물), 아낙시메네스(공기), 헤라클레이토스(불) 등 이전 철학자들이 주장한 단일 원소설을 통합하여, 만물의 근원을 불, 흙, 물, 공기라는 네 가지 영원하고 불변하는 '뿌리'(Rhizomata)로 보았다. 이 네 원소는 그 자체로 변하지 않으며, 만물은 이 원소들이 다양한 비율로 섞여서 형성된다.
- 사랑과 미움: 엠페도클레스는 네 원소 자체만으로는 변화를 설명할 수 없다고 보고, 원소를 결합하고 분리하는 두 가지 동적인 힘을 도입했다. '사랑'은 원소들을 결합하고 통일하여 질서를 만드는 힘이고, '미움'은 원소들을 분리하고 흩어지게 하여 혼돈을 야기하는 힘이다.
- 우주 주기론: 우주는 사랑과 미움이 교대로 지배하는 순환적인 과정을 거친다. 사랑이 완전히 지배할 때는 네 원소가 완벽하게 결합된 통일된 구(Sphere) 상태가 되며, 이때는 미움이 외부에 존재한다. 점차 미움이 작용하여 원소들이 분리되기 시작하고, 미움이 완전히 지배하면 네 원소가 완벽하게 분리된 상태가 된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사랑과 미움이 상호 작용하며 원소들이 섞이고 분리되는 중간 단계에 해당한다.
다른 사상
- 생물학: 사랑과 미움의 작용으로 원소들이 무작위로 결합하여 다양한 형태의 생명체가 처음 생겨났고, 이들 중 환경에 적합한 형태만이 살아남아 번식했다는 초기 형태의 진화론적 관점을 제시했다.
- 인식론: 감각 기관에서 '발산물'(effluences)이 나와 외부 사물의 발산물과 만나거나, 유사한 원소로 구성된 감각 기관과 외부 사물이 서로 끌어당겨서 인식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같은 것은 같은 것에 의해 인식된다").
종교 및 신비주의 엠페도클레스는 영혼의 윤회(metempsychosis)를 믿었다. 그의 시 "정화(Καθαρμοί)"에서는 영혼이 죄를 씻기 위해 다양한 존재로 윤회하며 고통받는 과정을 묘사하고, 철학적 정화를 통해 윤회에서 벗어나 신적인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자신을 윤회 과정을 거쳐 신적인 경지에 이른 존재로 여기거나, 사람들에게 기적적인 치유를 베푸는 신적인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주요 저서 그의 사상은 주로 시의 형태로 작성되었으며, 현재는 단편들만 남아있다.
- 《자연에 관하여》(Περὶ Φύσεως, Peri Physeos): 주로 그의 우주론과 물리학적 사상을 담고 있다.
- 《정화》(Καθαρμοί, Katharmoi): 영혼의 윤회와 종교적/신비주의적 내용을 담고 있다.
영향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설은 이후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계승, 발전되어 중세 서양 과학의 기본 틀을 이루었다. 그의 사랑과 미움의 동력 개념 또한 이후 많은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주었으며, 생물학 및 인식론에 대한 초기적 사상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는 자연 철학, 의학, 종교를 아우르는 다방면에 걸친 사상가로서 고대 그리스 철학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