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은 치매(dementia)의 가장 흔한 원인이 되는 만성 신경퇴행성 질환입니다. 뇌 기능을 점진적으로 파괴하여 기억력, 사고력, 언어 능력, 판단력, 행동 변화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인지 기능 장애와 정신 행동 증상을 유발하며, 결국 일상생활 능력을 상실하게 만듭니다. 병이 진행됨에 따라 뇌 조직이 손상되고 위축됩니다.
증상
알츠하이머병은 서서히 시작되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입니다.
- 초기: 주로 최근 기억력 저하(방금 들은 이야기나 사건을 잊어버림)가 나타나고, 익숙한 장소에서 길을 잃거나 물건을 둔 장소를 기억하지 못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언어 사용의 어려움(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함), 판단력 저하 등도 동반됩니다.
- 중기: 인지 기능 저하가 심해져 혼자서는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개인위생 관리, 금전 관리, 운전 등이 힘들어지며, 가족이나 친구를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초조함, 공격성, 망상, 환각 등 다양한 정신 행동 증상이 나타나 보호자가 돌보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 말기: 인지 기능 저하가 극심해져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해지며, 신체 기능(보행, 식사, 배변 등)까지 저하되어 타인의 전적인 도움이 필요하게 됩니다. 합병증(폐렴, 욕창 등) 발생 위험이 높아집니다.
원인
알츠하이머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병리학적 특징: 뇌 속에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 단백질과 타우(tau)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어 각각 아밀로이드 플라크(amyloid plaques)와 신경섬유 엉킴(neurofibrillary tangles)을 형성하는 것이 핵심 기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단백질 축적은 신경 세포의 기능을 방해하고 결국 신경 세포를 죽게 만듭니다.
- 유전적 요인: 특정 유전자의 변이는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높입니다. 특히 APP, PSEN1, PSEN2 유전자 변이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입니다. APOE ε4 대립유전자 등은 후기 발병 알츠하이머병의 위험 인자로 작용합니다.
- 위험 인자: 고령(가장 큰 위험 인자), 가족력, 고혈압, 당뇨병, 비만, 흡연, 머리 부상, 낮은 교육 수준 등이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병태생리
뇌에서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신경 세포 간의 연결인 시냅스(synapses) 기능이 손상되고, 신경 세포 자체가 손상되어 죽게 됩니다. 이 과정은 주로 기억 형성에 중요한 해마(hippocampus) 영역에서 시작되어 대뇌 피질 전반으로 확산됩니다. 신경 세포 손상으로 인해 뇌 조직이 위축(atrophy)되고 뇌실(ventricles)이 확장됩니다.
진단
알츠하이머병 진단은 환자의 병력 청취, 가족이나 보호자 면담, 신경학적 검사, 인지 기능 검사(예: MMSE, CDR 등) 등을 종합하여 이루어집니다. 확진은 뇌 조직 검사로 가능하지만, 임상에서는 주로 다음과 같은 보조적인 방법들을 활용합니다.
- 뇌 영상 검사: MRI나 CT를 통해 뇌 위축 정도를 확인하고 다른 원인(뇌졸중, 뇌종양 등)을 배제합니다. 아밀로이드 PET 또는 타우 PET 검사는 뇌 속의 비정상적인 단백질 축적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뇌척수액 검사: 뇌척수액에서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농도를 측정하여 진단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 혈액 검사: 최근에는 혈액 내 특정 단백질 농도 측정을 통해 알츠하이머병 가능성을 예측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는 임상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치료 및 관리
현재까지 알츠하이머병을 완치시키는 치료법은 없습니다. 치료는 주로 증상을 완화하고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며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 약물 치료: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도네페질, 갈란타민, 리바스티그민)와 NMDA 수용체 길항제(메만틴) 등이 인지 기능 증상 완화에 사용됩니다. 최근에는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는 기전의 단일클론항체(예: 레카네맙)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 비약물적 치료: 인지 재활 치료, 운동, 음악/미술 치료, 행동 치료 등이 환자의 기능을 유지하고 정신 행동 증상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보호자 교육 및 지지: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에게 질병에 대한 이해를 돕고 대처 방법을 교육하며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후
알츠하이머병은 진행성 질환이며, 진단 후 평균 수명은 환자의 나이, 건강 상태, 병의 진행 속도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8년에서 10년 정도입니다. 병이 진행됨에 따라 기능이 계속 저하되고, 결국 합병증(감염, 영양실조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역사
1906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이자 병리학자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박사가 심각한 기억력 문제를 겪던 50대 여성 환자의 사후 뇌 부검을 통해 신경섬유 엉킴과 신경반(플라크)을 발견하고 이를 새로운 질병으로 기술하면서 그의 이름이 붙여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