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한마디가 마음을 붙잡았습니다. "인생은 공책이다." 학창 시절 닳도록 쓰던 공책, 요즘은 '노트'라는 말이 더 익숙하지만, '공책(空冊)'이라는 단어를 곰곰이 되뇌어 보니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비어있는 책. 그 안에 무엇을 채워 넣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마법 같은 공간. 어쩌면 공책은 우리가 가장 처음으로 '완성'하는 책인지도 모릅니다.
텅 빈 공책에 일기를 쓰면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득한 일기장이 되고, 수학 문제를 풀면 답과 풀이 과정으로 채워진 수학 문제집이 됩니다. 음표를 그리면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음악책이 되고, 알 수 없는 외국 단어를 빼곡히 적으면 영어 공부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참고서가 되죠. 이처럼 공책은 우리의 생각과 경험, 노력을 담아내는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입니다. 하얀 종이 위에 어떤 색깔로, 어떤 그림을 그려 넣을지는 오롯이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문득 인생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 상태로 시작하여, 매일매일의 경험과 선택으로 한 페이지씩 채워나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닐까요?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만남과 이별... 이 모든 것이 인생이라는 공책에 기록되는 소중한 이야기들입니다. 때로는 삐뚤빼뚤 서툴게 써 내려갈 수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개로 벅벅 지워버리고 싶을 때도 있겠죠. 하지만 그 모든 과정들이 모여 나만의 개성이 담긴 특별한 책을 만들어 갑니다. 앞으로 펼쳐질 페이지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어떤 색깔로 채워나갈지 상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펜을 듭니다. 아직 비어있는 많은 페이지들을 나만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나가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름다운 인생이라는 책을 완성해 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