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계단을 밟는 소리가 '덜컹, 덜컹' 울린다. 발밑의 나무는 군데군데 썩어 들어가 푹푹 패였고, 햇빛에 바랜 녹색 페인트는 벗겨져 나무의 갈색 속살을 드러낸다. 바로 우리 아파트의 구축 언덕배기 썩다리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계단은 보기에도 좋지 않고, 걷기에도 불안하다. 비 오는 날이면 미끄러워 넘어질까 조마조마하고, 밤에는 어두컴컴해서 발걸음이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새 아파트의 깔끔하고 현대적인 계단과 비교하면 차이가 너무 크다.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매일 이 계단을 오르내리는 건 체력적으로도 부담이다. 특히 장을 보고 돌아오는 날이면, 무거운 짐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
하지만 이 썩은 나무 계단은 단순한 계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우리 아파트의 역사를 느낀다. 낡은 나무결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고, 닳아 없어진 페인트 자국마다 이웃들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것 같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웃음소리, 어르신들의 정겨운 수다, 늦은 밤 택배 기사님의 발걸음 소리… 모든 소리가 이 계단에 스며들어 있다.
사실 이 아파트는 구축이라서 부족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좁은 주차 공간, 낡은 시설, 소음 문제… 하지만 이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곳을 내 집이라고 부른다. 익숙한 풍경, 정겨운 이웃들, 그리고 이 낡은 썩다리 계단까지도.
언젠가 이 계단이 새로 단장될 날이 오겠지만, 지금 이 순간, 이 낡고 삐걱거리는 계단을 오르내리며 느끼는 정겨움과 추억은 새것으로 바뀌어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낡은 계단, 그것은 단지 썩은 나무 조각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이자 소중한 기억들이 쌓인 시간의 흔적이니까. 어쩌면 이 낡은 계단이 내게 새 아파트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감성을 선물하는 건지도 모른다. 다음 비 오는 날에도, 나는 이 썩다리를 조심스럽게 오르내릴 것이다.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