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챌로너

리처드 챌로너 (Richard Challoner, 1691년 9월 29일 ~ 1781년 1월 12일)는 18세기 영국의 가톨릭 주교, 신학자, 작가이다. 가톨릭 신자들이 박해받던 시기에 영국 가톨릭교회를 이끌었으며, 특히 영어 가톨릭 성경인 도우에-랭스 성경(Douay–Rheims Bible)의 개정판 작업과 여러 신심 서적 저술로 유명하다. 가톨릭 교회는 그를 가경자(Venerable)로 선포했다.

생애

챌로너는 1691년 서섹스주 린필드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개신교 신자였으나 일찍 사망했고, 어머니는 가톨릭 신자였다. 아버지가 죽은 후 가톨릭으로 개종한 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가톨릭 신앙을 따랐다. 13세에 프랑스 도우에에 있는 영국 칼리지(English College, Douai)로 보내져 교육받았고, 이곳은 당시 영국 가톨릭 사제 양성의 중심지였다.

1716년 사제로 서품된 후, 도우에 영국 칼리지에서 신학, 성경학 등을 가르쳤다. 1730년 위험을 무릅쓰고 가톨릭에 대한 페널티 법(Penal Laws)이 시행되던 고국 영국으로 돌아와 사목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박해 속에서도 신자들을 돌보고 비밀리에 성사를 집전했다.

1741년 웨스트민스터 명의주교이자 런던 관할 교구장 대리(Vicar Apostolic of the London District)로 임명되었다. 그는 거의 40년 동안 이 직책을 맡으며 영국 가톨릭교회의 어려운 시기를 이끌었다. 그는 신자들의 신앙을 고취하고, 사제들을 양성하며, 가톨릭 교육과 출판 활동을 지원하는 데 헌신했다. 박해로 인해 그는 종종 거처를 옮겨야 했으며, 공개적인 활동에 제약이 많았지만, 그의 리더십은 영국 가톨릭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주요 업적 및 저술

리처드 챌로너 주교의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는 영어 가톨릭 성경인 도우에-랭스 성경의 개정 작업이다. 1582년(신약)과 1609년(구약)에 라틴어 불가타 성경에서 번역된 이 성경은 언어가 고풍스럽고 가독성이 떨어졌다. 챌로너는 1749-1752년에 걸쳐 개정판을 출간하며, 당시 영어의 사용에 맞게 언어를 다듬고 본문을 명확하게 했다. 이 챌로너 개정판은 이후 20세기 중반까지 영어권 가톨릭 세계에서 표준 성경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그는 또한 다수의 신심 서적, 교리 문답, 역사서 등을 저술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매일 묵상을 위한 묵상록(Meditations for Every Day in the Year), 신심 생활 안내서인 성 정원(The Garden of the Soul), 영국 순교자들의 전기인 브리타니아 성인전(Britannia Sancta) 등이 있다. 그의 저서들은 간결하고 명확한 언어로 신자들의 신앙 교육과 영적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말년과 선종

노년에도 챌로너 주교는 사목과 저술 활동을 계속했다. 1780년 런던에서 반가톨릭 폭동인 고든 폭동(Gordon Riots)이 발생했을 때, 그는 노령의 몸으로 피신해야 했다. 1781년 1월 12일, 런던에서 89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영향과 유산

리처드 챌로너 주교는 박해 시기 영국 가톨릭교회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학문적 능력, 목회적 헌신, 그리고 탁월한 저술 능력은 영국 가톨릭 신자들이 어려운 시기에도 신앙을 지키고 다음 세대에 전수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그의 개정 성경과 신심 서적은 오늘날까지도 가톨릭 영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톨릭 교회는 그의 시복시성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를 '가경자'로 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