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콩트 드 릴

르콩트 드 릴(Leconte de Lisle, 본명: 샤를마리르네 르콩트 드 릴, Charles-Marie-René Leconte de Lisle, 1818년 10월 22일 ~ 1894년 7월 17일)은 프랑스의 시인이다. 그는 19세기 후반 프랑스 문단에서 일어난 파르나스파(Parnassianism)의 주요 인물 중 한 명이자 정신적인 지주로 알려져 있다.

생애

르콩트 드 릴은 프랑스의 해외 영토인 레위니옹섬에서 태어났다. 법학 공부를 위해 프랑스 본토로 건너왔으나, 곧 문학으로 전향했다. 젊은 시절에는 사회주의적 경향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후 정치적 활동보다는 문학 창작에 몰두했다. 파리에서 문학가들과 교류하며 파르나스파 운동을 주도했으며, 그들의 시집인 《현대 파르나스》(Le Parnasse contemporain) 간행을 이끌었다. 1886년에는 빅토르 위고의 뒤를 이어 아카데미 프랑세즈(Académie française)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작품 세계 및 특징

르콩트 드 릴의 시는 낭만주의의 주관적 감정이나 개인적 서정성을 배격하고, 객관적이고 몰개성적인 태도를 특징으로 한다. 그는 '예술을 위한 예술'(l'art pour l'art)이라는 파르나스파의 기치 아래 형식적인 완성도와 아름다움을 최고의 가치로 두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고대 그리스, 로마 등의 신화와 역사를 다룬 시집 《고대시》(Poèmes antiques, 1852), 이국적인 풍경과 비유럽 문명의 이야기를 담은 《야만시》(Poèmes barbares, 1862), 신화적·역사적 비극을 소재로 한 《비극시》(Poèmes tragiques, 1884) 등이 있다. 그의 시는 엄격한 운율과 구성, 정확하고 간결한 언어 사용을 통해 조각과 같은 완벽한 형태를 추구했다. 또한, 인간 존재와 문명의 비관주의, 냉담한 자연관 등이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주요 주제이다.

영향

르콩트 드 릴은 파르나스파의 지도자로서 동시대 및 후대 시인들에게 형식적 완벽성과 객관성을 추구하는 태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비록 상징주의 등의 새로운 문학 운동이 등장하면서 파르나스파의 영향력은 줄어들었지만, 그의 엄격한 시적 장인 정신은 프랑스 시의 발전에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는 또한 호메로스, 헤시오도스 등의 고전 작품을 프랑스어로 번역하는 작업에도 힘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