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알 아문센
로알 아문센(Roald Engelbregt Gravning Amundsen, 1872년 7월 16일 ~ 1928년 6월 18일경)은 노르웨이의 탐험가이다. 그는 극지 탐험의 황금기(Heroic Age of Antarctic Exploration)의 주요 인물 중 한 명으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남극점에 도달한 인물(1911년 12월 14일)이자, 최초로 북서 항로를 성공적으로 통과한 인물(1903년 ~ 1906년)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또한 1926년에는 움베르토 노빌레(Umberto Nobile), 링컨 엘스워스(Lincoln Ellsworth)와 함께 비행선 '노르게(Norge)' 호를 타고 북극점 상공을 통과하여 북극점 탐험 역사에도 중요한 기록을 남겼다.
생애 초기
로알 아문센은 노르웨이 동부 오스트폴주(Østfold) 보르게(Borge)의 선주와 선장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탐험가 존 프랭클린(John Franklin) 경의 비극적인 북서 항로 탐험 이야기를 들으며 탐험가를 꿈꾸게 되었다. 어머니는 그가 의사가 되기를 바랐으나, 어머니 사후 의과 대학을 중퇴하고 탐험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극지 생존 기술과 항해술을 배우는 데 매진했다.
주요 탐험
- 벨지카 호 탐험 (Belgica Expedition, 1897년 ~ 1899년): 아드리앵 드 제를라슈(Adrien de Gerlache)가 이끈 벨지카 호의 1등 항해사로 첫 남극 탐험에 참여했다. 이 탐험대는 남극 대륙 주변 해역에서 겨울을 보낸 최초의 탐험대로 기록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아문센은 괴혈병의 위험과 극지에서의 생존 경험을 얻었다. 특히 탐험대의 주치의였던 프레데릭 쿡(Frederick Cook)에게서 괴혈병 예방법 등 귀중한 지식을 얻었다.
- 북서 항로 탐험 (Northwest Passage, 1903년 ~ 1906년): 소형 어선인 '죄아(Gjøa)' 호를 개조하여 단 6명의 대원과 함께 북서 항로 개척에 나섰다. 3년간 북극해의 얼음에 갇히기도 했으나, 이 기간 동안 현지 이누이트족과 교류하며 개썰매 사용법, 가죽옷 착용법 등 극지 생존에 필수적인 기술을 습득했다. 1906년 8월 마침내 알래스카의 노움(Nome)에 도착하여 인류 역사상 최초로 북서 항로를 성공적으로 통과한 인물이 되었다.
- 남극점 탐험 (South Pole Expedition, 1910년 ~ 1912년): 당초 북극점 탐험을 계획하고 프리드쇼프 난센(Fridtjof Nansen)의 유명한 탐험선 '프람(Fram)' 호를 빌렸으나, 로버트 피어리(Robert Peary)가 1909년 북극점에 도달했다는 소식을 듣고 조용히 목표를 남극점으로 변경했다. 이는 영국의 로버트 스콧(Robert Falcon Scott) 탐험대와의 남극점 선착 경쟁으로 이어졌다. 아문센 탐험대는 웨들해 대신 로스해의 고래만(Bay of Whales)에 기지(프람하임, Framheim)를 설치하고, 철저한 준비와 개썰매 및 스키를 활용한 효율적인 이동 방식을 사용했다. 1911년 10월 20일 기지를 출발하여 약 2개월간의 여정 끝에 1911년 12월 14일 세계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했다. 스콧 탐험대는 아문센보다 약 한 달 늦게 남극점에 도착했으며, 귀환 도중 전원 사망했다.
- 북극해 탐험 (Maud Expedition, 1918년 ~ 1925년): 자신의 새로운 탐험선 '모드(Maud)' 호를 이용하여 북동 항로를 통과하고 북극해를 횡단하여 북극점으로 표류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 탐험은 여러 난관에 부딪혀 애초의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지는 못했으나, 북극해에 대한 중요한 과학적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기여했다.
- 북극 비행 탐험 (Air Expeditions, 1925년, 1926년):
- 1925년에는 수상 비행기 두 대(N-24, N-25)를 이용해 북위 88° 북쪽까지 비행했으나 불시착하여 극적으로 구조되었다.
- 1926년에는 이탈리아 비행선 설계자인 움베르토 노빌레, 미국의 탐험가 링컨 엘스워스와 함께 비행선 '노르게' 호를 타고 스피츠베르겐에서 알래스카까지 비행했다. 이 비행은 북극점 상공을 확실히 통과한 최초의 기록으로 여겨진다.
사망
1928년 6월, 북극 탐험 중이던 움베르토 노빌레의 비행선 '이탈리아(Italia)' 호가 실종되자, 아문센은 그의 구조를 위해 프랑스 수상 비행기 '라탐(Latham) 47'에 탑승하여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그의 비행기는 바렌츠해 상공에서 실종되었고, 어떠한 잔해도 발견되지 않았다. 로알 아문센은 노빌레를 찾으려다 자신 또한 북극에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의 사망 날짜는 비행기가 실종된 날짜인 1928년 6월 18일경으로 추정된다.
유산
로알 아문센은 극지 탐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탐험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성공은 철저한 계획, 현지 지식의 적극적인 활용(특히 이누이트족에게 배운 기술), 개썰매와 스키 등 효율적인 이동 수단 사용, 그리고 뛰어난 지도력 덕분이었다. 그의 남극점 탐험 방식은 이후 극지 탐험의 표준이 되었다. 남극점에는 그의 업적을 기려 미국의 과학 기지인 아문센-스콧 기지(Amundsen–Scott South Pole Station)가 세워져 있으며, 남극 대륙의 많은 지명들이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