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라카와 덴노
고시라카와 덴노 (後白河天皇, 1127년 10월 18일 ~ 1192년 4월 26일)는 일본의 제77대 천황(재위: 1155년 8월 23일 ~ 1158년 8월 11일)이자, 헤이안 시대 말기부터 가마쿠라 시대 초기에 걸쳐 인세이(院政)를 통해 일본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이다. 휘(諱)는 마사히토(雅仁).
도바 천황(鳥羽天皇)의 넷째 아들이며, 고노에 천황(近衛天皇)의 이복 형이다. 본래 천황 계승 순위에서는 밀려나 있었으나, 고노에 천황이 후사 없이 사망하자 후지와라노 다다미치(藤原忠通) 등의 지지를 받아 즉위하게 되었다.
고시라카와 덴노의 치세와 인세이 시기는 일본 역사상 가장 격동적인 시기 중 하나였다.
- 호겐의 난 (保元の乱, 1156년): 즉위 직후 천황의 계승 문제와 섭관가(摂関家) 및 무가(武家)의 권력 다툼이 얽혀 일어난 내란이다. 이 난에서 승리하며 천황의 지위를 굳건히 했으나, 무사 계급인 미나모토 씨(源氏)와 다이라 씨(平氏)의 힘이 급속도로 강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 헤이지의 난 (平治の乱, 1159년): 상황(上皇)이 된 후 일어난 사건으로, 미나모토 씨와 다이라 씨 사이의 권력 투쟁이 폭발한 난이다. 이 난의 결과 다이라노 기요모리(平清盛)가 이끄는 다이라 씨가 정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 다이라 씨와의 관계: 상황으로서 다이라노 기요모리와 대립과 타협을 반복했다. 한때는 기요모리에게 유폐되기도 했으나, 끈질긴 정치적 수완으로 복권하고 다이라 씨 타도를 위한 움직임을 배후에서 조종하기도 했다.
- 겐페이 전쟁 (源平合戦, 1180년 ~ 1185년): 다이라 씨의 전횡에 반발하여 일어난 전국적인 내란으로, 미나모토 씨가 다이라 씨를 멸망시키고 승리했다. 이 전쟁 동안 고시라카와 상황은 복잡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양측을 오가며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 가마쿠라 막부의 성립: 겐페이 전쟁 이후 미나모토노 요리토모(源頼朝)가 실권을 장악하고 가마쿠라 막부를 세웠다(1185년 사실상 시작, 1192년 정식 개창). 고시라카와 상황은 요리토모와도 견제와 협력을 반복하며 천황가와 조정의 권위를 일부나마 유지하려 했으나, 정치의 중심축은 가마쿠라의 무가 정권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고시라카와 덴노는 약 34년간 상황으로서 인세이를 펼치며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탁월한 처세술과 정치적 감각으로 살아남았다. 그는 봉건 무가 정권이 확립되는 과정을 지켜본 마지막 강력한 인세이 군주로 평가된다. 또한, 그는 당대의 유행가인 이마요(今様)를 즐기고 보호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의 생애는 일본의 고대 귀족 시대가 끝나고 중세 무가 시대가 열리는 전환점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