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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를 기다리며

경도를 기다리며》(프랑스어: En attendant Godot, 영어: Waiting for Godot)는 사뮈엘 베케트가 프랑스어로 쓰고 1953년 파리에서 초연된 2막짜리 부조리 연극(Theatre of the Absurd)이다. 20세기 연극의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희곡 역사에 큰 전환점을 마련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블라디미르(Vladimir, 디디)와 에스트라공(Estragon, 고고)이라는 두 인물이 '고도'(Godot)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 전체는 이 기다림 속에서 두 인물이 겪는 대화, 행동, 그리고 다른 인물들(포조와 럭키, 소년)과의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등장인물

  • 블라디미르(Vladimir, 디디): 에스트라공과 함께 고도를 기다리는 인물. 좀 더 사색적이고 현실적인 경향을 보인다.
  • 에스트라공(Estragon, 고고): 블라디미르와 함께 고도를 기다리는 인물. 좀 더 육체적이고 현재에 집중하며, 기억력이 불분명하다.
  • 포조(Pozzo): 지나가는 여행자. 권위적이고 잔인한 성격으로, 럭키를 노예처럼 부린다.
  • 럭키(Lucky): 포조의 노예. 긴 독백(think)으로 유명하며, 나중에는 벙어리가 된다.
  • 소년(Boy): 고도의 심부름꾼으로 매일 나타나 고도가 오늘 오지 않고 내일 올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줄거리

극은 두 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막 모두 황량한 길가에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동일한 장소에서 진행된다.

  • 제1막: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왜, 그리고 언제부터 기다리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고도'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그들은 시시껄렁한 대화를 나누거나, 자살을 시도하거나, 신발을 만지거나, 모자를 가지고 노는 등 시간을 보낸다. 이때 포조와 럭키가 등장하여 잠시 함께 있다가 떠난다. 해가 질 무렵, 한 소년이 나타나 고도가 오늘 오지 못하며 내일 올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두 사람은 떠나려고 하지만 움직이지 못한다.
  • 제2막: 다음 날, 다시 같은 장소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고도를 기다린다. 나무에는 전날보다 잎이 몇 개 돋아나 있다. 제1막과 유사한 상황과 대화가 반복된다. 포조와 럭키가 다시 나타나지만, 포조는 눈이 멀었고 럭키는 벙어리가 되어 있다. 그들은 포조와 럭키를 알아보지 못하거나 혼란스러워한다. 전날의 소년이 다시 나타나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고도는 끝내 오지 않고, 두 사람은 기다림을 계속하기로 하지만, 다시 한번 떠나려고 하면서도 결국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주요 주제 및 특징

《경도를 기다리며》는 전통적인 연극 문법을 따르지 않고, 명확한 서사나 갈등 구조 없이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부조리함과 무의미함을 탐구한다. 주요 주제는 다음과 같다.

  • 기다림: 극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자 행위. 무엇을 왜 기다리는지 불분명하며, 기다림 자체가 삶의 유일한 목적인 것처럼 보인다.
  • 무의미함과 부조리: 인간 존재와 삶의 목적이 부재하거나 불확실함을 보여준다. 반복되는 대화와 행동, 고도가 오지 않는 상황 등은 이러한 부조리함을 강조한다.
  • 인간 관계와 고독: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의존적인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고독과 소외. 포조와 럭키의 지배-종속 관계 역시 인간 관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 시간의 흐름: 시간의 흐름이 불분명하고 반복적인 구조를 통해 전통적인 시간 관념을 해체한다.
  • 희망과 절망: 고도가 올 것이라는 희망과 끝없이 반복되는 실망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상태를 그린다.
  • 소통의 부재: 인물들 간의 대화가 겉돌고 진정한 소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미니멀리즘적인 무대, 반복적이고 순환적인 구조, 유머와 비극이 혼합된 대사 등을 특징으로 한다. '고도'가 무엇을 상징하는지에 대해서는 신, 죽음, 행복, 의미 등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며, 베케트 자신은 이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영향 및 평가

《경도를 기다리며》는 20세기 후반의 연극과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전통적인 극 형식을 파괴하고,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이후 부조리 연극의 발전을 이끌었다.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공연되며 많은 연구와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대 연극의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