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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ming Notes

겨울밤의 초아, 엇갈린 누리

늦겨울, 함박눈이 쏟아지는 밤이었어요. 창밖은 온통 하얀 세상인데, 도시의 불빛들이 덩달아 빛을 발하며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죠. 아름다운 광경에 넋을 놓고 있는데, 문득 눈에 들어온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천사 같은 미소를 가진 아이와, 왠지 모르게 차갑고 어두운...

늦겨울, 함박눈이 쏟아지는 밤이었어요. 창밖은 온통 하얀 세상인데, 도시의 불빛들이 덩달아 빛을 발하며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죠. 아름다운 광경에 넋을 놓고 있는데, 문득 눈에 들어온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천사 같은 미소를 가진 아이와, 왠지 모르게 차갑고 어두운 기운을 풍기는 노인이었죠.

아이는 무언가를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노인에게 행복을 빌어주는 듯했어요. 하지만 노인의 표정은 싸늘하기만 했습니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이의 착한 심성을 힐난하는 모습이었죠. 결국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고, 그 천사 같던 미소가 일그러지는 것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습니다. 그 순간 떠오른 단어는 '초아'였어요. 갓 돋아난 새싹, 어린 싹이라는 뜻을 가진 아름다운 단어 말입니다. 그리고 그날 밤의 풍경과 아이의 모습, 노인의 모습은 제 안에서 시 한 편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초아

늦눈 내리는 밤, 누리는 하얗게 빛나는데 천사의 미소, 악마의 그림자 드리우네.

"할아버지, 행복하세요." 초롱한 눈망울, 주름진 얼굴은 냉소로 답하네.

반골 기질 끓어오르는 노인의 세상, 주색잡기 덧칠된 누리의 그림자.

어린 싹, 초아의 눈물은 차가운 밤공기에 얼어붙고.

권위에 짓눌린 세상, 희망은 어디에. 새하얀 눈처럼 순수한 마음, 짓밟히네.

시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과, 세상의 어두운 면을 대비시키고 싶었어요. '초아'라는 단어를 통해 아이의 갓 돋아난 새싹 같은 순수함을 표현하고, '누리'라는 단어를 통해 아름다운 세상 이면에 존재하는 어두운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노인의 반골 기질과 주색잡기는 세상의 부정적인 면을 상징하며, 아이의 눈물을 통해 순수함이 짓밟히는 안타까움을 표현하고자 했죠.

결국, 시를 쓰는 행위는 제 안의 감정을 정화하는 과정과 같아요. 아이의 눈물을 보며 느꼈던 안타까움과, 세상의 어두운 면에 대한 씁쓸함을 시로 표현하며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세상의 다양한 모습들을 제 시선으로 담아내고, 독자들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