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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ming Notes

레고 배트맨: 레거시 오브 더 다크 나이트, 최근 몇 년간 출시된 레고 게임 중 단연 최고

현대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의 기틀을 마련한 팀 버튼의 고전, 1989년 작 <배트맨>을 재현한 레고 세트를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배트맨 리턴즈>, <배트맨 비긴즈>, <더 배트맨> 등을 표현한 또 다른 세트들을 떠올려 보십시오. 이제 각 세트에서 브릭들을 떼어내어 하나로 합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어느 영화에서 온 조각인지 구별할 수 있겠지만, 섞으면 섞을수록 점점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어집니다. 머지않아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되죠. <레고 배트맨: 레거시 오브 더 다크 나이트>를 플레이하는 기분이 바로 이렇습니다. 이 게임은 다양한 작품의 영향력을 아주 자유롭게 버무려 놓았기에, 그 혼합물 자체가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관이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게임은 정말 오랜만에 '신선함'을 선사하며, 라이선스 레고 게임의 영광스러웠던 전성기를 다시금 재현해 냅니다.

플레이하는 내내 제가 계속해서 되새기게 된 것은 바로 이 '신선함'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렇듯 저 역시 2005년 트래블러스 테일즈(Traveller's Tales)가 선보인 <레고 스타워즈: 더 비디오 게임>을 즐겼습니다. 레고 게임 특유의 스타일을 정립하고 수많은 라이선스 타이틀의 범람을 불러온 바로 그 작품 말이죠. 저는 그 게임을 무척 사랑했고, 모든 캐릭터를 해금하고 숨겨진 요소들을 낱낱이 파헤치는 데 수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게 소중한 신화적 세계관을 익살스럽게 재해석한, 비밀이 가득한 단순하고도 매력적인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라이선스 레고 게임의 지나친 '프랜차이즈화'는 오히려 독이 되었습니다. 한창때는 일 년에 세네 개의 라이선스 레고 게임이 출시될 정도였고, 결국 시리즈는 스스로를 소진하며 활력을 잃었습니다. 숨겨진 수집 요소를 찾아내는 일도 반복되다 보면 질리기 마련이니까요. 최근 몇 년간 레고는 <레고 빌더스 저니>나 <레고 보이저>처럼 예술적인 시도를 가미하며 라이선스 게임 출시를 줄이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등장한 <레고 배트맨: 레거시 오브 더 다크 나이트>는 하나의 선언처럼 느껴집니다. 충분한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면 레고 게임이 도달할 수 있는 진정한 모습이 바로 이것이라는 선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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